[16대 총선]무기력-무능력한 선관위…말발 안서고 오락가락

  • 입력 2000년 4월 7일 20시 03분


선관위가 잘못된 유권해석을 내리고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은 선관위의 과태료 처분 등을 무시하고 있어 선관위의 권위가 안팎으로 무너지는 모습이다.

○…총선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경미한 선거법 위반 사안의 경우 아무리 위반해도 과태료나 주의 경고에 그칠 뿐 당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점을 악용, 일선 선관위의 조치를 무시하는 행태가 빈발.

경남지역의 경우 16개 선거구에서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래 6일까지 부과된 과태료 건수는 57건. 종류별로는 △선거사무 관계자가 신분증을 달지 않은 경우 △연설용 자동차에 표지를 달지 않은 경우 등. 역대 선거에서 경고 주의 정도로는 효과적인 제재가 안된다는 점을 알고 개정 선거법에서 과태료 부과대상을 대폭 늘렸지만 과태료가 대부분 10만원 선이고 ‘걸리면 돈으로 때우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 효과가 없는 실정.

○…충남 홍성선관위는 유권해석을 잘못 내려 결과적으로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공보가 제작되도록 방치해 물의. 민주당 박호순(朴鎬淳)후보가 지난달 13일 현역의원인 자민련 이완구(李完九)후보를 겨냥, ‘15대 총선 때 충남도청을 홍성으로 이전 못하면 금배지 떼겠다던 후보가 버젓이 또 나왔다’는 유인물을 제작하자 홍성 선관위는 ‘비방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에 고발.

선관위는 이후보가 ‘도청을 다른 곳으로 빼앗기면 물러나겠다’고 했지 ‘(임기중에) 유치못하면 물러나겠다’고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이후보의 당시 연설 녹음을 통해 확인했지만 “‘금배지’는 국회의원이 연상되니 ‘금’자를 빼고 ‘배지’라고만 쓰면 괜찮다”고 유권해석.

결국 박후보는 공보에 ‘배지를 떼겠다던 후보가 버젓이 또 나왔다’는 내용을 담아 배포했는데 이후보측은 “‘배지를 뗀다’는 의미를 모를 사람이 있느냐”며 선관위를 비난.

○…전북 정읍의 무소속 김세웅(金世雄)후보는 선관위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 김후보는 사전에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아 유세차와 피켓에 96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수행하면서 함께 찍은 사진을 붙이고 선거운동.

그러나 선관위는 모 후보가 “유세차에 후보자 외의 사진을 붙이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뒤늦게 김후보측에 사진을 떼도록 했다는 것.

선관위 관계자는 “차량을 세우고 유세할 때는 ‘공개 장소에서의 연설 표지판’으로 인정해 사진을 붙여도 좋지만, 그 이외에는 사진을 부착하지 말도록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

<대구·대전·전주〓선대인·김승련·주성원기자> 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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