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본보 창간 80주년기념 축사]

  • 입력 2000년 3월 31일 23시 32분


오늘 동아일보 창간 80주년을 충심으로 축하합니다. 동아일보가 창간 당시 내걸었던 민족 민주 문화주의의 사시(社是)는 그때뿐만 아니라 오늘날은 물론 21세기를 맞은 새 천년에도 참으로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아일보로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민족주의를 내세웠습니다. 민족의 독립을 다시 찾는다는 것이 사시 1호였습니다. 동시에 왕조가 끝난 지 10년밖에 안됐고 일본 군국주의 하인데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내세워 우리 민족의 나아갈 대로를 열어주었습니다. 민주주의는 과거와 오늘, 그리고 21세기뿐만 아니라 영원히 인류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문화주의를 내세운 것입니다. 문화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때입니다. 문화주의는 정보화와 지식기반을 만드는 것입니다. 동아일보는 놀라운 탁견으로 민족과 세계의 앞날을 내다본 것입니다.

동아는 민족 민주 문화주의 3대 강령을 내걸고 우리 민족의 앞날을 이끌어 왔습니다.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선생은 탁월한 스승이자 지도자였습니다. 학교를 만들어 우리 후손을 교육하고 경성방직을 창립해 우리 민족도 공업화와 근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줬습니다. 동아일보는 또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孫基禎)선수의 사진에서 일장기를 말소하는 용단을 내려 박해를 받았지만 전국민으로 하여금 감격 속에서 민족독립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동아일보는 대한민국 건국에 발군의 공로를 세웠습니다. 독재정치에 대항하고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습니다. 광고탄압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때 광고면이 백지로 나왔을 때 국민 모두가 한푼 두푼 모았던 감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동아일보는 이제 민족의 가장 큰 언론의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광화문네거리에 돌아와 미디어센터를 세웠습니다. 김병관(金炳琯)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과 정보화에 대한 결단이 동아일보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금상첨화로 우리 정보화의 선각자였던 오명(吳明)사장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의 정보화 열정과 실천은 우리의 장래에 상상할 수 없는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동아일보가 과거 이상으로 민족과 국가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동아일보의 발전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의 과업을 우리 모두 힘을 합해 성사시킵시다.

21세기는 우리가 세계의 일류국가로 발전해야 합니다. 과거를 되풀이해서는 안됩니다. 19세기말 대원군시대에 우리는 일본과 비등한 국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서구문명을 맞아 개방을 통해 폐쇄주의를 버리고 근대화로 갈 그때 지도자들은 쇄국으로 근대화와 개방을 거부했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은 강성해지고 우리는 쇠퇴함으로써 망국의 한을 가져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8·15 광복을 맞아 국토가 분단된 뒤 6·25전쟁을 맞았으며 지금까지 남북은 200만 무력이 대치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19세기 당시 우리 선조가 개방과 개국을 거부하다가 이런 과거를 물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지식 정보화 문화창조시대에 결코 뒤져서는 안됩니다. 우리 국민은 인터넷 사용에 있어서도 미국 다음으로 성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동아일보의 그간의 노고에 감사하고 동시에 같이 협력해 새로운 지식기반 정보화시대를 열어나가게 되기를 바랍니다. 동아일보의 융성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융성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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