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들 '권한정지제'반발…"중앙정부 권한남용"

  • 입력 2000년 3월 26일 19시 57분


행정자치부가 특정 업무를 소홀히 했거나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한 자치단체장에 대해 일시적으로 해당 업무를 처리할 수 없도록 하는 ‘권한 정지제’를 내년부터 시행키로 하자 일선 자치단체장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 협의회는 이달중 시도별로 회장단 회의를 열어 권한 정지제 도입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입장을 정리, 행자부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협의회장인 김병량(金炳亮) 경기 성남시장은 “임명직 공무원인 행자부 장관이 선출직인 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제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주민이 뽑은 단체장은 주민들만이 책임을 물을 수 있으며 단체장의 위법 행위는 사법부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임익근(林翼根)서울 도봉구청장은 “단체장이 부당한 행정행위를 할 경우에 대비해 일정한 벌칙을 두는 것은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의회나 주민이 아닌 중앙정부가 자치단체장의 행위를 통제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임구청장은 “자치단체장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중앙정부에 부여하면 야당 당적의 단체장 통제 등 정치적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북 울진군 관계자도 “권한 정지제를 도입하기 전에 지역 여론을 중앙에 전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권한 정지제는 단체장의 명백한 위법행위로 인해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방자치제가 발달한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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