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비밀정보원'이 불법선거 단속 '일등공신'

  • 입력 2000년 3월 20일 19시 32분


‘비밀정보원이 단속실적 일등공신.’

경기 부천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한 정당의 당원이 이발소 개업식에 참석, 지구당보의 제호인 ‘빛과 소금의 새 정치’라는 글귀가 새겨진 벽시계를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현장을 적발해 해당 지구당에 경고조치를 내렸다. 이 사실을 제보한 사람은 선관위의 ‘비밀정보원’으로 활동하는 주부 A씨. 때마침 현장을 지나가던 A씨는 즉각 선관위에 알렸고 선관위는 즉각 출동해 현장을 적발할 수 있었던 것.

경기 이천시의 한 무소속 출마예상자는 선거구민 17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소갈비 등 저녁을 대접하다가 역시 선관위 정보원인 주부 B씨의 제보로 출동한 선관위 직원에게 덜미를 잡혔다.

이처럼 선관위가 지역 선관위별로 10∼30명 가량씩 위촉한 비밀정보원이 불법타락선거를 막는 ‘첨병’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선관위가 15대 총선 당시보다 3배 가량의 단속실적을 보인 것은 기본적으로는 과열혼탁선거 양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밀정보원의 기여 역시 적지 않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선관위는 불법사례를 제보하고 싶어도 주민들 사이에 ‘왕따’당하는 게 두려워 제보를 꺼리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 철저한 신분보장을 약속하고 지난해말부터 이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부녀회장 아파트경비원 중국집배달원 등 지역사정에 훤한 사람들이어서 음식 접대와 돈봉투 살포 등 은밀하고 음성적인 불법선거를 적발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체 단속건수의 절반 가량이 이들 정보원의 제보에 의한 것”이라며 “금권타락선거 양상이 본격화될 선거운동기간 중 이들의 활약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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