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IMF 前보다 더 많아…작년4분기 213兆 기록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계가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 등으로 금융기관에 진 빚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4·4분기(10∼12월)의 가계 빚은 주식청약자금 대출과 정부의 정책적인 카드사용 유도로 분기별 금액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16일 ‘99년 가계신용 동향’을 통해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의 잔액기준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 및 할부금융을 합쳐 213조원으로 98년말의 183조6000억원에 비해 16% 늘었다고 밝혔다.

이중 가계대출은 98년보다 25조694억원이 늘었으며 신용카드 물품구입과 할부금융사의 구매대출 등 가계의 소비활동과 직접 연관된 판매신용자금은 4조2722억원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 대출금에서 가계신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97년 38.6%, 98년 38.7%에 이어 지난해 말에는 41.4%로 큰 폭으로 커졌다.

지난해 말 가계신용 총액은 외환위기 직후인 97년말의 211조2000억원보다 많은 수치. 경기회복과 증시 활황에 따른 소비증가와 정부의 카드사용 권장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4·4분기에는 공모주 청약을 위한 은행 대출이 늘어난 데다 신용카드 이용실적에 대한 세제혜택과 가맹점 공동이용제 도입으로 신용카드 사용액이 3·4분기보다 5배 가량 많은 2조2000억원을 기록, 분기별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치인 13조5458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연도별 증감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가계신용이 29조3416억원 늘어 외환위기 이전인 96년 31조9000억원, 97년 36조4990억원과 비교할 때 아직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전보다 높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최영엽조사역은 “카드 사용금액을 제외하면 가계 빚이 크게 증가했다기보다는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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