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前국장, 친구가 준 로비돈 봉투 안뜯고 돌려줘

  • 입력 2000년 2월 11일 19시 55분


대한항공측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손순룡(孫純龍)전 건설교통부 항공국장에 대해 10일 재판부가 내린 무죄판결이 화제다. 손씨는 건교부 항공국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한항공측으로부터 1996년부터 1998년까지 2년여에 걸쳐 매달 300여만원씩 월정금 형식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손씨가 고교동창이며 대한항공 간부인 H씨가 건네주는 돈을 그의 회사내 입장을 고려해서 받았지만 봉투도 뜯지 않은 채 모아 두었다가 한꺼번에 돌려준 사실이 인정된다”며 “불법적인 영득의사가 없었음이 인정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H씨는 손씨가 항공국장으로 취임한 직후인 98년9월부터 매달 손씨와 저녁식사를 한 뒤 귀갓길의 택시안에서 “활동비로 쓰라”며 봉투를 놓고 갔다. 손씨는 1998년10월 항공국장 이임을 앞두고 H씨에게 그동안 모아두었던 봉투꾸러미를 건네주었다. 봉투안에 들어있던 돈은 6600만원.

손씨는 1년뒤인 1999년 대한항공 탈세수사 과정에서 검찰에 적발됐고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됐다.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공무원 사이에서는 “관계가 중요시되는 한국사회에서 손국장이 나름대로 친구와의 관계도 해치지 않으면서 공무원으로서의 양심을 지키는 타협책을 선택한 것 같다”는 동정론이 우세하다. 그러나 검찰은 “똑같은 상황이 미국 등 서구에서 있었다면 중죄로 다스려질 것”이라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

<이병기기자>watchdo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