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반대 66명 공개 파장]시민들 '명단발표' 환영

  • 입력 2000년 1월 24일 19시 36분


총선시민연대의 24일 ‘공천반대자 명단발표’에 대해 대부분의 시민들은 정치발전에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평가하며 크게 환영했다. 특히 시민들은 명단발표를 포함한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이 시민들의 자기주권찾기 운동으로 발전되기를 기대했다.

컴퓨터통신 하이텔을 통해 이종찬씨(ID CHANI2)는 “오늘은 한국판 시민 명예회복이 시작된 날”이라고 말했으며 김상태씨(ID MASCOTE)는 “이번만큼은 권력앞에 무너지는 국민이 아님을 보여줘 기성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참신한 인사로 물갈이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변호사 김종훈(金宗勳·43)씨도 “명단발표를 포함한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은 새로운 형태의 참정권 회복운동”이라며 “비록 명단발표가 실정법을 위반했더라도 잘못된 우리사회의 정치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주부 김은령(金垠伶·31)씨 역시 “시민들 가운데 정치를 왜 이렇게 못하느냐는 말은 하면서 정작 어떤 정치인이 일을 잘하고 못하는지 몰라 정치적 냉소주의로 흘러왔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주인의식과 참여의식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신촌의 K제과점 주인 이광필(李光弼·38)씨도 “김종필씨까지 과감하게 이름을 실은 것은 기대 이상으로 용기있고 신선한 시도였다”며 “돈받고도 운좋게 안 걸린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자꾸 걸러나가면 정치인도 유권자가 무서워서라도 허튼 짓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시민들은 이번 명단발표가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들에 대한 물갈이 기회가 되어주기기를 바라기도 했다.

회사원 김방돈(金邦敦·29)씨는 “명단발표를 여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음모론도 들리지만 어차피 정치권의 자발적 물갈이를 기대할 수 없는 이상 부작용이 있더라도 이번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무원 정모씨(42)는 “평소 국정감사 과정에서 권위만 앞세우고 자질이 크게 떨어지는 일부 의원들을 봐 왔는데 이번 명단에 이들 중 일부가 포함되지 않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컴퓨터통신 하이텔 가입자 이동규씨(ID DK12)는 “일부 여권인사들이 명단에서 누락된 것은 불만”이라고 밝혔다. 일부 컴퓨터통신에는 ‘명단에 포함되어야 하나 누락된 국회의원들의 명단’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 신명순(申命淳·정치학)교수는 “시민들의 선거참여를 활성화하되 금권혼탁선거를 막기 위해서는 공천반대자 명단을 가리는 작업은 철저히 검증된 공익단체에 국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노동계도 총선연대의 공천반대자 명단 발표에 지지의 뜻을 밝히며 나름대로 낙천 낙선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24일 성명에서 “총선시민연대의 낙천운동은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악폐를 청산하고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을 퇴출시키겠다는 국민적 요구”라며 ‘반노동자적’ 행태를 보인 정치인들을 자체 심사해 낙천 및 낙선 대상자를 다음달 중순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공천반대인사명단이 발표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실에는 이날 300명의 내외신 취재진이 아침 일찍부터 몰려들었고 명단발표를 참관하려는 시민과 국회의원 보좌관들까지 가세해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수십명의 국회의원 보좌관들은 명단입수를 위해 기자회견 내내 분주하게 뛰어다녔는데 한 야당의원의 보좌관은 “국민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실감할 수 있었다”면서 “자정능력을 잃은 정치권이 이 지경까지 왔다는 생각에 참담했다”고 말했다.

<이현두 정용관기자>ruch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