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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30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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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인 김균섭(金均燮)기획관리실장이 새로 출범하는 한국중공업의 선박엔진부문 사장으로 내정돼 금명간 자리를 옮기는 것을 비롯해 잘 나가는 간부들이 줄줄이 ‘민간인’으로 변신중.
중소기업정책반장을 지낸 이홍규(李弘圭)국장은 20일 사표가 수리돼 의료기기업체인 메디슨 부사장으로, 이창양(李昌洋)산업정책과장과 이진환(李辰煥)투자정책과장은 학계와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겼거나 옮길 예정이다.
구본룡(具本龍)무역조사실장도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통상전문가로 산자부 산하기관인 특허청의 심사4국장을 지낸 백만기(白萬基)국장이 법무법인 ‘김&장’으로, 산자부 이현식(李賢植)유통서비스산업과장이 LG정유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이같은 이직 열풍으로 산자부 내에서는 “다음에는 가 나간다더라”는 소문이 그치질 않고 있다.
고시출신 사무관이나 서기관급 직원들은 “너는 언제 나갈 거냐”는 농 섞인 인사말까지 건네고 있을 정도.
특히 올해 9월 정덕구(鄭德龜)장관에 의해 파격적으로 핵심 과장에 발탁된 이창양 이진환 두 과장의 사직은 충격을 줬다. 정장관은 사석에서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산자부의 이직 붐은 몇가지 요인이 겹쳐진 결과. 과천청사 경제부처에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산자부의 위상이 옛날같지 않게 추락, 직원들의 상실감이 컸다. 한 국장은 “70,80년대 산업정책을 총지휘하던 시절에 비해 지금은 업계의 뒷바라지를 하는 부서 쯤으로 전락했다”고 토로했다.
일부 간부들은 “새로운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어서”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무시할 수 없는 또 한가지 이유는 경제적 사정. 한 과장은 “솔직히 나이 40이 넘어서도 경제적으로 자립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또 60여명의 기자가 출입하는 정보통신부 기자실도 요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정보통신 관련 벤처들이 스카우트 전쟁을 벌이면서 상당수 기자가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탈(脫)기자’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
8월 이후 정통부 출입기자 중 사표를 내고 벤처기업으로 떠난 종합일간지 기자만 8명. 전자신문과 컴퓨터 관련 전문지, 잡지 등까지 포함하면 60∼70명이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선일보 정보통신팀장을 맡았던 S기자는 최근 사표를 내고 미국 실리콘밸리로 떠났다. 연봉 8만달러에 상당하는 스톡옵션을 받고 실리콘밸리의 소식을 인터넷으로 전하는 벤처기업에 취업했다는 후문.
한국일보 정보통신팀장이었던 K기자는 후배 S기자와 함께 10월 사표를 내고 인터넷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기업 설립을 목표로 뛰고 있다.
이밖에 경향신문 U기자는 벤처기업인 L&H로 옮겼고 세계일보 S기자와 H기자도 보이스텍과 인터넷금융정보를 다루는 머니뉴스로 이직했다.
서울경제신문 L부장도 10월 사표를 내고 인터넷 벤처기업 설립을 준비중.
정보통신 관련 기자들의 이직 열풍은 이들이 정보통신에 대한 지식과 감각을 지닌데다 맹렬히 확장중인 벤처기업들의 인재 ‘수요’와 맞아떨어졌기 때문. 기자라는 격무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싶다는 ‘욕구’도 작용하고 있다.
이직한 기자들은 보통 언론사 재직시절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6배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다.
대부분 스톡옵션을 받기 때문에 벤처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하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는 점도 이직 열풍을 몰고 온 이유.
정통부 유영환공보관은 “아직 떠나지 않은 기자들도 상당수가 거액의 연봉과 스톡옵션 제의를 받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 전체 정통부 출입기자 중 절반 이상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명재·이 훈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