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발표 고문행적]＂정형근씨 대공분실 방문 수사독려＂

이근안(李根安)씨는 ‘고문 기술자’라는 말에 걸맞게 ‘출장 고문’을 마다하지 않으며 80년대 대공사건 피의자들에게 고문으로악명을 떨친 것으로 검찰수사결과 확인됐다.

이씨가 김근태(金槿泰·국민회의 부총재)민청련의장을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의 지하 조사실에서 마주한 것은 85년 9월5일. 전날 밤 민추위 사건으로 연행된 김의장이 묵비권을 행사하자 당시 경기도경에 근무하던 이씨가 긴급 투입된 것이다.

검찰은 정형근(鄭亨根·한나라당 의원)안기부 대공수사단장이 당일 오후 남영동 대공분실을 방문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이때 정단장은 박처원(朴處源)당시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장에게 “혼을 내서라도 철저히 밝혀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의원은 16일 이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김의장에 대한 고문은 12명의 수사관이 매달려 23일간 계속됐다.

김의장은 ‘칠성판’으로 불리는 고문대에 눕혀져 눈 코 입에 고춧가루를 붓는 가혹행위를 받았다. 전기고문 물고문까지 고문은 모두 10차례 행해진 것으로 검찰수사에서 확인됐다.

박단장은 수사진행 상황을 박배근치안본부장과 정형근단장에게 수시 보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단장은 자기 사무실에서 폐쇄회로 TV를 통해 고문수사 상황을 수시로 점검했다. 때로는 조사실로 달려가 김의장의 빰을 때리는 등 직접 가혹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