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冬鬪 "反與 투쟁으로"…당정 대안마련 고심

  • 입력 1999년 12월 12일 23시 06분


노동계가 정부 여당과 사용자측을 겨냥해 투쟁수위를 높여가면서 연말 동투(冬鬪)가 심상치 않은 국면을 맞고 있다.

한국노총이 현 정권과의 정책연합을 파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현 정권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사라졌다”며 내년 총선에서 전면적인 반대투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총파업과 대규모 집회 등 투쟁강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민회의당사에서 6일째 농성중인 한국노총 박인상(朴仁相)위원장은 12일 조합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박위원장은 “대선공약 사항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정책연합은 당연히 깨지는 것 아니냐”며 “내가 억지로 정책연합을 밀고 가려해도 조합원들이 따라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이 불거지면 정부 여당은 봉합하는 데만 급급하고 도대체 노동정책의 체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면서 “싸움이 내년으로 넘어가면 임단투와 총선이 맞물려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총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공약 미이행으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크게 격앙돼 있는 상태. 민주노총은 농성 이틀째인 7일 농성장으로 활용하던 컨테이너를 경찰이 철거한 것을 ‘합법단체’인 민주노총에 대한 정권의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12일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는 단병호(段炳浩)위원장을 방문해 ‘유감의 뜻’을 표명했으나 단위원장은 “유감표명으로는 부족하며 우발적인 사건이라면 김대통령이나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관련해 단위원장은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의 중재안은 누더기 졸속안”이라며 “시간이 있는 만큼 노사자율 원칙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우선 고용창출 노동시간단축 구속자석방 등 당면 현안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노총이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정부와 정치권은 재계와의 틈바구니에서 뾰족한 대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사용자측은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관련한 법개정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당정협의를 거쳐 주초에는 국회에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관련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노사 양측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현재로선 국회 상정이 가능할지, 상정이 되더라도 통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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