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특검]김태정씨 "문건출처 공개할 수 없다"

  • 입력 1999년 11월 24일 19시 07분


김태정(金泰政)전법무장관은 24일 배정숙(裵貞淑)씨측이 22일 공개한 이른바 ‘사직동팀 문건’의 출처와 관련해 자신이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에게 준 것이라고 시인했으나 출처에 대해선 함구했다.

김전장관은 이날 오후 2시50분경 부인 연씨와 함께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배씨측이 공개한 문건은 사직동팀 내사가 시작된 1월 중순 이후 받은 것으로 기억되며 내가 집사람에게 준 것”이라며 “조직의 장래와 전직 검찰총장 신분이라는 점을 고려해 문건의 출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전장관은 “문건 작성 기관은 기억나지 않지만 출처가 사직동팀이거나 청와대는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김전장관은 또 “1월20일 집사람이 (사직동팀에서 조사를 받고와서 얘기를 하면서) 배씨 등을 두둔하기에 화가 나 가방에서 문건을 꺼내 ‘읽어보라’며 집어던졌다”며 “당시 집사람은 나의 폭언에 기절을 하고 집안이 난장판이 됐다”고 말했다.

김전장관은 이날 배포한 ‘김태정의 고백’이란 문건을 통해 연씨가 라스포사에서 호피무늬 반코트를 외상구입한 사실도 시인했다.

김전장관은 특히 이 문건을 통해 “검찰총장으로서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의 외화도피사건을 보고받은후 여러 경로를 통해 최회장의 선처를 바라는 말들이 있었다”고 밝혀 수사과정에 상당한 압력이 있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김전장관 부부는 이날 ‘사죄의 말씀’이라는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한 뒤 특검팀의 조사를 받고 이날 오후 5시10분경 귀가했다.

특검팀은 김전장관 부부를 상대로 문건의 입수 경위와 출처, 문건에 나타난 연씨의 행적 등에 대한 확인조사를 했다.

또 연씨를 상대로 △신동아그룹 최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측의 로비 시도를 알고 있었는지 △사직동팀 내사 직전 라스포사측에 판매장부의 코트 배달일을 12월19일에서 26일로 고쳐달라고 부탁했는지 등을 추궁했다.

최특별검사는 김전장관 등이 귀가한 뒤 “그가 상세한 입장을 소명하는 자료를 제출했지만 사직동 보고서의 출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건이 사직동에서 만들어졌다면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면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대답했다. 특검팀은 문건의 출처와 관련해 사직동팀도 조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이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15분경 이씨와 정씨를 소환해 대질신문을 벌였으며 정씨에 대해 알선수재와 위증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고 알선수재 혐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사기미수 혐의를 예비적으로 청구했다.

정씨는 이날 오후 6시반경 일단 귀가조치됐다.

〈최영훈·신석호·선대인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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