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특검]박태범변호사 “진실규명 중요문건 공개”

  • 입력 1999년 11월 23일 19시 57분


변호사는 직무상 취득한 의뢰인의 비밀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 비밀이 재판 등에서 의뢰인에게 불리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법조계에서는 22일 배정숙(裵貞淑)씨의 변호인 박태범(朴泰範·47·법무법인 천지인·사진)변호사가 문제의 ‘사직동 문건’을 공개한 것은 직업윤리를 넘어서 국민적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공개한 문건은 의뢰인 배씨에게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라가 이 문건 때문에 떠들썩하고 의혹이 꼬리를 무는 마당에 당장의 이익을 따지기보다 진실을 밝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박변호사의 설명.

물론 문건의 공개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배씨와 가족은 “우리가 기소된 재판만 잘 진행하면 되지 문건공개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최근까지 공개 불가론을 폈다고 한다.

박변호사는 토요일인 20일 오후 배씨와 두 아들 등 가족들과 서울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나 “문건 공개가 역사와 나라를 위해 올바른 일”이라고 간곡히 설득했고 배씨측도 이에 동의했다.

사시18회 출신으로 82년 판사생활을 시작해 98년8월 부장판사로 퇴직하기까지 박변호사는 소신있고 강직한 ‘포청천’판사로 유명했다.

95년1월 부산지법 부장판사 시절엔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을 심리하다 “보안법 7조가 헌법상 보장된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표현의 자유 등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하고 피고인 4명을 보석으로 석방해 검찰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박변호사는 지난해 8월 동료 판검사 8명과 함께 개업해 법무법인을 설립하면서 “전관예우를 기대하지 않는 변호사 사무실을 만들겠다”고 공언해 법조계의 화제가 됐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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