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학회장선거 非운동권후보 돌풍…현재 29곳서 당선

  • 입력 1999년 11월 23일 19시 57분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를 비운동권 후보가 거의 ‘싹쓸이’하는 돌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학생회가 있는 전국의 154개 대학 가운데 73개(47.4%)대학에서 운동권 후보가 당선됐으나 올해 현재까지 선거를 마친 32개 대학 중에서는 연세대 등 4개 대학에서만 운동권 후보가 당선됐다.

이 때문에 학생운동권이 학생들에게마저 외면당해 고사(枯死)하는 것 아니냐는 때이른 관측까지 나돈다.

서울대에서는 23일 제43대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비운동권 후보가 최다득표했다. 이는 84년 총학생회 직선제 부활 이후 처음 있는 일.

비운동권 후보인 ‘광란의 10월’팀이 힙합댄스 등으로 ‘맹렬한’ 선거전을 펼쳐 운동권 후보인 민중민주(PD)계열의 ‘민주주의’팀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이들 간의 표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선거규정에 따라 29일부터 사흘간 1,2위 후보만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할 예정이다.

96년과 98년 총학생회장을 비운동권에서 배출했던 연세대는 올해 선거에서 비운동권 후보가 10%대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운동권후보가 총학생회장이 되는 등 운동권과 비운동권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형세다.

현재 선거기간중인 숙명여대 역시 지난해 최초로 비운동권이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학교다.

비운동권의 약진은 수도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대전 충남지역의 경우 26개 대학(2년제 포함) 가운데 한남대 목원대 등 24개 대학에서, 부산은 4년제 3개대학 중 고신대 등 2개 대학에서 각각 비운동권 후보가 당선됐다.

대학 관계자들은 80년대 후반 동구권 몰락 이후 운동권이 새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가운데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가 대학사회에 유입되자 설 땅이 점차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헌진기자·대전〓이기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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