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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18일 2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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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수능시험을 치른 시내 236개 고사장 가운데 모두 13개 고사장에서 라디오의 수신장애로 인해 재시험이 치러졌다.
이 가운데 11개 고사장에서는 고사장 본부측이 시험이 끝나기 전에 곧바로 재시험을 실시했지만 Y고와 S고의 경우 수능시험이 끝난 지 1시간40분이 지난 오후 7시10분경에야 재시험이 실시돼 일부 수험생들이 재시험이 치러진 사실을 모른 채 귀가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
이에 따라 재시험을 치르지 못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18일 이같은 소식을 전해듣고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일부만 재시험을 치른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Y고에서 시험을 치른 박모군(18)은 “6∼9번 문항을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감독관들이 재시험은 안된다고 해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재시험을 치렀다는 소식을 듣고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박군과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치른 한모군(18)은 “수험생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남아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시험을 치른 뒤 감독교사가 ‘시험 후 다시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재시험이 늦어진 것은 두명의 감독교사가 라디오 음질에 대해 의견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국에서 동시에 라디오를 통해 치러지는 현행 시험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현행 수능 듣기평가 시험은 전국의 각 고사장에서 교육방송 FM(104.5㎒)을 통해 실시된다. 그러나 실제 시험도중 근처에 대형 트럭만 지나가도 전파장애를 받고 라디오의 위치에 따라 음질이 달라져 해마다 이를 둘러싸고 수험생들의 항의가 계속돼 왔다.
수능시험 듣기평가에 사용되는 라디오는 각 고사장에서 전날 주파수를 맞춰 수신상태를 점검한 뒤 채널 다이얼을 테이프로 고정, 교장실에 보관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시험감독 교사들은 시험에 사용되는 라디오의 성능이 제각각인데다 점검 당시에는 문제가 없다가 막상 시험 때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라디오를 사용하지 않고 녹음테이프를 배부하는 방식도 가능하지만 이를 관리하기가 어려워 더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