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길수석 부인 이은혜씨, 배정숙씨에 국회위증 요구

  • 입력 1999년 11월 18일 03시 06분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부인 이은혜(李恩惠)씨가 8월 말 옷 로비 의혹 사건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 장관 부인 배정숙(裵貞淑)씨에게 전화를 걸어 “호피무늬 반코트가 배달된 시점이 지난해 12월26일이었던 것으로 입을 맞추자”며 국회 위증을 제의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이 사건을 수사중인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팀이 배씨로부터 압수한 전화 녹음테이프에서 밝혀졌다.

특검팀은 조만간 이씨를 소환해 이같은 위증 제의를 한 경위와 남편 김수석과 이 문제를 상의했는지의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본보 취재팀이 17일 확인한 녹음테이프에 따르면 이씨는 당시 배씨에게 전화를 걸어 “의상실 라스포사에서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에게 호피무늬 반코트가 배달된 날짜가 지난해 12월26일이라고 국회 청문회에서 진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씨는 “연정희씨와도 얘기가 다 끝난 사안”이라고 말해 연씨와도 이 문제에 대해 합의했음을 암시했다.

이씨와 연씨는 실제로 국회 청문회에서 반코트 배달날짜가 12월26일이라고 위증했다.

이씨는 또 배씨에게 “나도 사실은 검찰수사과정에서 연씨측이 원하는대로 다 진술해줬는데 연씨가 나를 보호하는 말을 안해줘 섭섭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배씨는 검찰수사결과 자신만이 기소된데 불만을 품고 재판과정에서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이씨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청와대 하명(下命)사건을 수사해 온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이 옷로비 사건의 내사기록과 연씨에게 불리한 내용을 축소 은폐했다는 의혹이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최특검은 배씨의 집과 사위 금모씨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사위 사무실에서 이 사건에 대한 ‘조사보고 문건’을 압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최특검은 “문제의 문건은 약 10쪽 분량으로 내용과 형식으로 볼 때 사직동팀의 최초 내사보고서인 것으로 추정되며 내용이 충실하고 신뢰할만 하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 문제 때문에 ‘추정’된다는 표현을 썼으나 이 문건이 사직동팀의 최초 내사보고서인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특검은 “문건에는 연씨가 의상실 라스포사에서 지난해 12월19일 가져간 호피무늬 반코트를 검찰발표보다 3일 늦은 올해 1월8일 반납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최특검은 “우리는 수사초기 사직동팀에 ‘관련기록’ 일체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사직동팀이 제출한 자료에는 이같은 내용의 조사보고서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특검은 또 정일순사장에 대한 기록을 보완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주선(朴柱宣)대통령법무비서관은 특검팀이 밝힌 ‘사직동팀 최초보고서’와 관련해 “그런 보고서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비서관은 “그런 보고서가 없는 것이 확실하다”면서 “내사단계에서 첩보수준의 보고서조차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수형·신석호·김승련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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