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원씨사건 재수사]與 "과거 들추기"비난에 곤혹

  • 입력 1999년 11월 14일 20시 06분


10년전인 89년의 ‘서경원(徐敬元)밀입북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조사 방침이 전면적인 ‘과거 들추기’로 비쳐지자 여권이 몹시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여권은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서전의원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으니 재조사는 당연한 것 아니냐”며 강경자세로 일관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정형근 죽이기를 위한 과거들추기’라며 연일 역공을 펴고 있고, 여권의 자체 여론수집 결과를 보아도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다”는 쪽이 우세하자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진의가 잘못 알려지고 있다”며 ‘수세적(守勢的) 해명’에 급급한 모습이다.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이 14일 KBS 1TV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개인적으로는 지나간 역사를 들추는데 반대한다”면서 “그러나 이번 재조사는 사건 당시 평민당총재였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받지도 않은 1만달러를 받았다는 얘기가 나오니 그것을 바로잡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준영(朴晙瑩)청와대대변인도 이날 낮 정례브리핑에서 당시 사건 전개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완전히 재수사하자는 게 아니고 정의원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차제에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 지도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권 내에서는 ‘서경원사건’ 재조사가 자칫 ‘자충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

‘언론대책문건’이나 ‘빨치산 발언’만으로도 충분히 ‘정형근 대책’을 세울 수 있는데 굳이 옛일까지 들춰내 정치보복의 인상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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