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의원 문답]"제보받은 문건 손질된 보고서"

  • 입력 1999년 10월 29일 02시 51분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28일 밤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문건 제보자가 현직 언론인인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현 사회팀장)차장이라고 밝혔다.

―이차장이 스스로 이총재를 찾아온 것을 어떻게 보나.

“이종찬전국정원장과 상의해서 온 것으로 판단된다.”

―언제부터 아는 사이인가.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다. 상당히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차장이 여권과의 접촉이 있었다고 보는 이유는….

“본인이 말한 내용을 보면 그렇다.”

―그렇다고 단정할 수 있나.

“차차 알게 될 것이다.”

―이차장은 정의원이 문건작성자로 지목한 이강래(李康來)전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부인했는데….

“누구 말이 맞는지는 여러 정황상 앞으로 판가름이 날 것이다. 이차장이 평소 얘기한 말을 뒤집는 것으로 볼 때 공작에 이용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차장은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와 아는 사이인가.

“한번도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문건을 처음 접하는 순간 역공작일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았나.

“나는 순수하게 받아들였다. 지금도 그점을 의심치 않는다.”

―처음에는 제보자가 여권쪽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나.

“여권쪽 사람이라고 명시한 적은 없다. 기자들이 여권과 가까운 사람이라고 물어와서 가까울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이전국정원장과 각별한 사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도 과히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차장은 이전원장과 수시로 만나는 사이로 듣고 있다.”

―이전원장과 각별한 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의심하지 않았나.

“나와도 매우 가까운 사이라서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문건을 건네면서 ‘언론인으로서 역겹다’고 말했다.”

―이차장은 문건을 언제 입수했나.

“그건 모르겠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전원장이 이차장을 불러 옷로비사건으로 민심이 이반되고 특히 언론이 비판적으로 나와서 대응책 차원에서 문건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차장을 끝까지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해 심히 자책감을 느낀다. 다만 공작에 이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했고 그가 스스로 자신이 제보자라고 총재에게 밝혔기 때문에 내게 말한 사실과 전혀 다른 부분을 공개하는 것이다.”

―이차장이 처음부터 문건 폭로를 주문했나.

“그런 일은 없다. 참고해 달라고만 했다.”

―두번째 폭로한 ‘정국운영 보고서’도 이차장이 건네준 것인가.

“그렇다. 만약에 이 사건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한다든지 여러가지 증언이 필요하다면 별도로 신빙성있는 자료를 나름대로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문건은 디스켓으로 받았나.

“아니다. 공개한 상태 그대로 받았다.”

―문건을 받을 당시 상태는 어떠했나.

“문일현기자가 팩스를 보냈다고 말했는데 내가 받은 문건은 전혀 팩스번호 없이 생산된 보고서다.”

―문기자는 오늘 베이징에서 인터뷰를 갖고 반대로 말했는데….

“그렇다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국정조사와 수사를 통해 진위가 밝혀질 것이다.”

―처음에 정의원이 일부 언론에 ‘언론사 간부로부터 받았다’고 했다가 이를 부인하지 않았느냐.

“그점은 간단하다.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문건 폭로 후 이차장을 만났다. 그 때 이차장은 ‘언론을 위해 잘하셨다. 정부가 많은 것을 느낄 것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강래씨를 문서작성자로 지목한 이유는….

“이강래씨가 작성했다고 말한 것은 이전원장이 이차장에게 이 문건을 검토해보라고 했다. 이씨는 최근까지 이부총재와 한팀이 돼서 일했다. 문일현기자가 일부 조력했을 수도 있지만 이씨가 작성 책임자다. 지금도 그 신념은 흔들리지 않는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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