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아자유언론실천선언 25주년

  • 입력 1999년 10월 24일 19시 26분


10월24일은 동아자유언론실천선언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1974년 이날 동아일보 기자 일동은 박정희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한 자유언론실천운동을 선언했다. 서슬 퍼런 유신치하에서 자유언론에 역행하는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한 ‘10·24선언’은 언론자유 쟁취를 위한 실천적 노력과 민주화투쟁의 결연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4반세기가 지났다. 10·24선언 25주년을 맞아 동아일보 후배기자들이 역사의 현장, 광화문사옥에 모여 기념식을 갖고 그날의 자유언론실천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날 기념식은 단순히 한국언론사에 길이 빛날 역사적 사건으로서 10·24선언을 기념하자는 데 그치지 않고 그동안의 자유언론실천노력에 대한 겸허한 반성과 함께 새로운 시대의 언론의 소명과 역할을 새롭게 모색해 보는 자리였다.

물론 시대가 바뀌고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도 달라졌다. 언론이 처한 환경도 크게 변했다. 그러나 권력을 감시하고 인권 등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며 공동체의 미래비전과 발전전략을 제시해야 하는 언론의 본질적 책무는 달라질 수 없다.

어떠한 시대상황에서도 언론 본연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던 74년 10·24 정신은 단절과 실의의 역사속에서도 보이지 않게 연면히 이어졌다. 세계 언론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광고탄압에 굴하지 않고 싸웠고 70, 80년대 독재권력의 폭압적 언론통제속에서도 자유언론의 명맥을 이어가려 몸부림치던 것 등이 그것이다.

동아일보 후배기자들이 그 정신을 이어받고 오늘에 되살리자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것은 과거의 오욕과 회한에 대한 반성을 전제로 한다. 80년 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이라든지, 군부독재에 보다 과감하게 맞서 싸우지 못했던 것은 부끄러움이다. 오늘의 언론이 상업주의에 이끌리고 스스로 권력화했다는 비판에도 겸허한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언론이 독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기에 이르렀다.

밖으로부터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지금의 언론은 스스로의 자율개혁에 의해 거듭나야 한다. 공정성 투명성 도덕성은 언론의 생명이다. 언론이 권력으로부터 의연한 자세를 견지하고 언론 본연의 비판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도 언론은 정도를 걷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과거에 대한 자성을 바탕으로 언론 본연의 자세를 더욱 가다듬고 공정보도 진실보도를 위해 한층 더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불편부당(不偏不黨) 시시비비(是是非非)는 동아일보의 변함없는 제작방향이다. 10·24선언 25주년을 맞아 당시 부득이하게 회사를 떠났던 기자들과 화해의 계기를 마련하고 독자들로부터 변함없이 사랑받는 신문이 되기 위해 우리들의 노력과 지혜를 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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