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인가? 룸살롱인가?…술 기본-여성접대부도 고용

  • 입력 1999년 8월 17일 19시 19분


‘맥주 양주 소주에 갖가지 안주는 물론 여성 접대부까지….’

건전한 여가시설로 허용된 노래방이 청소년 탈선의 온상으로 변하고 있다.

개정된 청소년보호법(7월1일 시행)에 따라 만 18세 미만 청소년의 노래방 출입이 자유로워지고 지도단속권이 경찰에서 각 시 군 구청으로 이관된 뒤 술을 팔고 여성 접대부를 고용하는 등 불법영업을 일삼는 노래방이 늘고 있다.

그러나 지도단속권을 넘겨받은 각 기초자치단체는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단속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실태

16일 오후 10시경 서울 송파구 잠실동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주변의 한 노래방. 대형 룸 20여개엔 테이블마다 각종 술과 안주가 그득해 단란주점을 연상케 했다.

김모군(17)은 “실컷 노래를 부르고 값싸게 술도 마실 수 있어 친구들과 자주 노래방을 찾는다”며 “술을 시켜도 나이를 물어보는 노래방이 별로 없어 다른 유흥업소보다 드나들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신천역 주변 노래방 5곳을 들러본 결과 모두 술과 안주를 팔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사거리 주변 유흥가와 서초구 서초동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주변 유흥가의 노래방도 대부분 ‘술집’이나 다름없었다.

15일 오후 9시경 서울 중구 북창동의 한 노래방. 룸에 들어서자 종업원이 “맥주와 양주 가운데 뭘 마시겠느냐. 아가씨도 불러줄 수 있다”고 권했다.

테이블에 술과 안주가 차려지자 30대 초반의 여성이 들어와 술을 따랐다. 이 여성은 “하루에 보통 대여섯군데 룸에 들어가 술시중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대, 대구 달서구 송현동 등 다른 도시의 유흥가에 있는 노래방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 단속

현재 영업중인 노래방은 전국적으로 2만8000여개. 기초자치단체(232개)마다 평균 120여개의 노래방을 지도단속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각 시군구청은 대부분 문화공보과(문화체육과)나 위생과 직원 1,2명이 기존의 업무 외에 추가로 노래방 관리업무까지 떠맡고 있는 실정.

서울 중구의 경우 관내에 170여개의 노래방이 있으나 문화공보과 직원 1명이 노래방 관리업무를 맡고 있다. 서울 서초구 강남구 종로구 등도 담당직원이 역시 1명 뿐이다.

서울의 한 구청 문화공보과 직원은 “노래방 관리업무를 넘겨받은지 한달이 지났지만 서류 업무에 쫓겨 아직 현장 단속은 한번도 나가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또 대구의 한 구청 직원은 “상당수 노래방이 ‘시간제 접대부’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혼자 노래방과 비디오방 등 600여곳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단속을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정보·이명건기자〉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