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지자체 1년]내고장 공약 「부도」

  • 입력 1999년 7월 2일 19시 23분


제2기 민선지방자치단체가 출범한 지 1년. 광역 및 기초단체장들은 선거과정에서 내세운 각종 공약의 이행을 다짐하며 지난해 7월1일 제2기 민선자치시대를 열었으나 불과 1년만에 단체장 스스로 ‘폐기처분한 공약’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본보 취재팀이 각 자치단체의 공약 이행 여부를 점검한 결과 단체장들은 대부분 타당성도 검토하지 않고 대형 개발사업을 1,2건씩 약속했다 취임후 예산문제 등을 이유로 백지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혁규(金爀珪) 경남도지사는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지리산 인접지역인 산청과 함양에 2006년까지 1조1200여억원을 들여 골프장 스키장 등 각종 레저시설을 갖춘 ‘지리산 랜드’를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타당성 검토가 미흡했던데다 민간 투자자마저 나서지 않아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심완구(沈完求) 울산시장은 선거당시 울주군 온산읍 삼평리 일대에 81만평 규모의 첨단산업기술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달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해도 입주할 연구소나 기업체가 없을 것 같아 사업계획을 취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궁의 고장’ 충남 홍성군에 2000년까지 국제 공인 규격의 양궁경기장을 세우겠다는 것은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의 대표적 공약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본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은 상태다. 물론 예산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우근민(禹瑾敏) 제주도지사는 선거공약으로 수도권에 저온저장이 가능한 대형 물류센터를 세워 유통체계를 바꿔놓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투자규모(220여억원)에 비해 실익이 적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이 사업을 포기했다.

유종근(柳鍾根) 전북도지사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자동차경주대회인 F1그랑프리 유치를 약속했으나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대회 주관업체의 자금난으로 대회개최가 어렵게 돼 조직위를 해체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고재유(高在維)광주시장은 낙후된 지역산업기반을 확충하겠다며 기업유치와 산업단지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아직 광산구 첨단과학산업단지 2단계 사업시행자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고건(高建)서울시장의 대중교통체계 전면 재정비 △안상영(安相英)부산시장의 사상구 덕포동 괘법동 일대 사상역세권개발사업 △이원종(李元鐘)충북도지사의 ‘충북무역공사’ 설립 △이의근(李義根)경북도지사의 ‘국학원(國學院)’ 건립 △최기선(崔箕善)인천시장의 생태공원 조성 계획 등이 ‘공약(空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무분별한 공약으로 주민을 실망시키기는 기초단체장들도 마찬가지. 대부분 예산 확보방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각종 개발을 약속해 놓고 국고지원이 없다는 이유로 최근 잇따라 사업계획을 백지화하고 있다. 김대동(金大棟) 전남 나주시장의 나주 미디어밸리 유치사업 포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경실련 지방자치위원회 김병준(金秉準·국민대 행정학과 교수)위원장은 “단체장의 공약 남발이 행정불신을 부추기고 있다”며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는 시민단체가 단체장들의 공약이행 상황을 평가해 발표하고 유권자들은 그에 따라 표로 심판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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