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옷 로비說수사]검찰, 「연정희씨구하기」 급급

  • 입력 1999년 5월 31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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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희여사 구하기.’

검찰의 ‘고급옷 로비의혹사건’수사가 김태정법무부장관 부인 연정희씨 구하기작전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규섭(金圭燮)서울지검 3차장 검사는 31일 오전 수사 브리핑 도중 취재진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언론이 연씨에 대해서만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는 바람에 자신의 말이 곡해되고 있다는 것.

그러나 검찰이 지금까지 보여준 연씨에 대한 수사태도는 그의 항변을 무색케 한다.

검찰은 묻지도 않았는데도 연씨에 대한 해명에는 적극적이면서도 의혹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하거나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연씨가 문제의 반코트를 입고 다녔다는 의혹이 보도된 30일 오후. 김차장검사와 주임검사는 서울지검 기자실을 방문, “입은 것이 아니라 왼팔에 걸쳐 들고 간 것”이라며 연씨를 ‘변호’했다.

총 6차례 브리핑에서 “개별사안에 대해 일일이 답변하면 수사결과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진다”며 연씨에 대한 질문을 ‘원천봉쇄’했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

연씨를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검찰의 ‘정성’도 극진하다.

28일 오후 6시40분경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 주변에 도착한 연씨는 검찰의 ‘신호’를 4시간 가까이 기다리다 결국 취재진의 눈을 피해 오후10시반경 대검찰청 조사실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31일 재소환에서는 검찰의 ‘위장차’까지 등장할 정도.

한편 이번 사건의 많은 의혹을 풀어내는데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배정숙씨의 계속된 함구(緘口)도 검찰의 ‘연여사 구하기’ 작전과 맞물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배씨가 검찰조사에서 새롭게 진술한 것은 ‘횃불선교센터로 이형자씨를 찾아간 적은 있다’는 것 정도.

그런데도 검찰은 31일 “연씨와 배씨와의 대질신문 없이 사건을 마무리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밝혀 수사의지를 의심케 했다.

검찰이 내세우는 명분은 ‘배씨의 건강상태가 적극적인 조사를 받기 어려울 정도로 나쁘다’는 것.그러나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배씨가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것은 검찰의 눈치를 살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하태원·부형권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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