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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5월 30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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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법무부장관 부인의 고소사건’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검찰은 관련자들을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도록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갖가지 전략을 구사.
28일 고소가 접수된 이래 지금까지 검찰이 소환조사했다고 밝힌 사람은 핵심 관계자인 김태정장관 부인 연정희씨와 강인덕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씨, 최순영신동아그룹회장부인 이형자씨와 이씨의 동생 2명, 라스포사 정환상회장과 정리정(본명 정일순·鄭一順)사장 부부, 앙드레 김, 나나부띠끄사장 심성자씨, 페라가모사장 최완씨 등 10명선.
보도진이 연 3일동안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검 청사를 지키고 있지만 언론에 노출된 소환대상자는 배정숙씨뿐.
○ …검찰은 이번 사건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배정숙씨를 29일 오후 10시경 입원중인 서울 종로구 계동 한국병원에서 서울지검으로 전격이송.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손씨 성을 가진 환자로 위장해 기자들을 따돌린 배씨는 파란 담요를 덮어쓴 채 앰뷸런스로 옮겨졌으며 서울지검에 도착한 직후 30여명의 사진기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지하주차장에서 11층 특수2부로 직행.
○…서울지검 특수2부 김인호부장과 박종기(朴鍾基)검사는 이에 앞서 오전 10시부터 배씨가 입원해 있던 한국병원에서 방문 조사.
그러나 병실 밖으로 간간이 배씨의 울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왜 앞서 말한 것과 진술이 달라지느냐”는 고성이 터져나오는 등 배씨 조사가 진통을 겪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연정희씨는 고소장을 제출한 28일 밤 오후 10시반 이번 사건 관련자 중 맨 처음으로 29일 오전 8시까지 10시간가량 밤샘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연씨가 인근 서초경찰서에서 검찰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검찰차량에 옮겨탄 것에 대해 “특별대우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으며 서울지검에 취재진이 몰려 있어 어쩔 수가 없었다”고 설명.
검찰관계자는 “수사검사가 장관부인에게 어떤 호칭을 썼느냐”는 질문에 “‘고소인께서’라고 하거나 아예 호칭을 생략한 채 조사를 진행했다”고.
○ …검찰은 이 사건을 속전속결로 끝낸다는 방침아래 서울지검 특수2부 전 인력을 투입.
그러나 검찰관계자는 “모든 관련자들에 대한 1차조사를 마쳤지만 30일 오전까지도 이들이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아직 구체적인 수사진척이 없다”고 연막.
이 관계자는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양자 또는 3자간 대질신문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
○…검찰은 주말과 휴일인 29일과 30일 최순영(崔淳永)신동아그룹회장과 부인 이형자(李馨子)씨, 이씨의 두 여동생, 안사돈 조복희씨 등 일가족을 차례로 검찰청사로 불러들여 조사.
검찰 관계자는 “어제 서울구치소에서 최회장을 불러 조사한데 이어 사돈인 조씨는 다른 방에서 조사하고 있다”며 “가족들 모두 다른 조사실에 있기 때문에 대질을 시키거나 당사자들이 특별히 원하지 않는 한 한곳에 있게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태정법무장관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택 부근에는 30일 아침부터 취재진이 몰렸으나 김장관은 평소 휴일과는 달리 교회예배에도 참석하지 않고 두문불출.
빌라 경비원은 “장관이 평소 휴일에도 잘 외출하는 편은 아니지만 예배는 빠짐없이 참석했는데 오늘은 집 밖으로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장관이 다니는 인근 교회에도 오전 예배시간에 맞춰 취재진이 몰렸으나 김장관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태원·김승련·박윤철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