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건국」 허울뿐인 국민운동…행자부 지침서 시달

  • 입력 1999년 5월 20일 20시 41분


제2의 건국운동은 태동단계에서 이미 ‘관(官) 주도’시비를 낳았다. 또 실제 추진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주도적 역할을 해 ‘국민운동’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제2의 건국운동이 처음 거론된 것은 지난해 8월15일. 당시 광복절 기념식사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완성하기 위한 국정의 총체적 개혁이자 국민운동으로 제2의 건국운동을 하자”고 제창한 것이 조직화의 시발점이 됐다.

이후 지난해 10월2일 대통령 자문기구로 제2의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대표 공동위원장 변형윤·邊衡尹)가 출범하고 2백48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별로 추진위원회가 속속 결성됐다.

그러나 순수 민간운동으로 추진하겠다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위원회의 기획단장과 부단장을 공무원이 맡는 등 실무진이 관료들로 짜여지자 “관 주도로 국민의식을 개혁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특히 올해초 제2의 건국위가 감사원 안기부 등 정부조직개편 작업에까지 관여하려던 사실이 드러나자 “제2의 창당을 염두에 둔 여권의 사전조직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가세, 제2건국위는 좌초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에 김대통령은 2월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2의 건국위 ‘한마음 다짐대회’에서 “제2의 건국 운동에는 어떠한 정치적 목적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대회에는 제2의 건국위 중앙 및 지방 추진위원회 위원 1만여명이 참석했다. 이를 계기로 제2의 건국운동이 민간 주도로 일대 방향 전환을 하는 듯했다.

제2의 건국위 활동 내용도 국정개혁에서 생활 의식개혁으로 전환하고 3월19일자로 행정자치부 장관이 맡던 기획단장, 국무조정실장과 청와대 정무기획수석이 맡던 부단장을 모두 민간인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행자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제2의 건국운동 활성화 지침’을 내려보낸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전히 관 주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행자부는 특히 이번 지침을 통해 “각 자치단체의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제2건국운동의 강사요원이라는 인식을 가져달라”고 당부함으로써 사실상 ‘관 주도’로 운동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또 겉으로는 민간 주도의 의식개혁 운동임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제2건국위 중앙조직의 올해 운영비 20억원을 국고로 전액 지원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추진위원회 운영비도 지방비로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조직화되지 않은 민(民)으로는 운동 자체에 한계성이 있어 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참여연대 이태호(李泰鎬)시민감시국장은 “아무리 명분이 좋더라도 관 주도로 진행되는 개혁작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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