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TK방문 표정]朴전대통령에 「화해의 찬사」

  • 입력 1999년 5월 13일 19시 34분


올들어 처음으로 13일 대구 경북지역을 방문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일정은 이 지역 주민들에 대한 정서적 접근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대통령이 박정희(朴正熙)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그의 공적을 인정하는 등 이 지역의 정신적 지주인 박전대통령과의 ‘화해’를 시도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김대통령은 특히 신현확(申鉉碻)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박전대통령 기념사업 추진 인사들과의 비공식 만찬에서 “나는 과거 박전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반대입장이었지만 그것을 초월해 기념사업에 협조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박전대통령에 대한 소회를 장시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대통령은 “박전대통령을 지지했거나, 지지하지 않았거나를 막론하고 우리나라가 6·25의 폐허 속에서 허덕일 때 ‘우리도 하면 된다’는 국민의 자신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상당한 근대화를 이룩한 것은 그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나는 ‘10·26’시해사건 때 ‘생전에 우리 두 사람이 정치의 양축을 이뤄 왔는데도 가슴을 열고 대화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만일 대화를 했다면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그해(79년) 봄에 측근을 통해 차지철(車智澈)당시 경호실장에게 박전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적이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김대통령은 경북도 업무보고와 관계자들과의 오찬 및 현지언론과의 기자회견 등을 통해 시종 지역감정 해소를 역설했다. 김대통령은 “나는 호남에서 태어났지만 김해 김씨이기 때문에 경상도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나는 수십년 동안 지역차별로 피눈물이 났기 때문에 그런 짓 안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김대통령은 14일 박전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의 국가산업단지 4단지 기공식에 참석한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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