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휘발유 유통은 대개 도시 외곽으로 통하는 한산한 도로변의 개인소유 주유소를 통해 이뤄진다. 주유소들은 정유회사 직영이나 대리점이 아닌 부판점이나 불법제조업자들로부터 가짜 휘발유를 공급받아 정상적인 휘발유와 50대50으로 섞은 뒤 정상가격보다 ℓ당 70원에서 1백50원까지 싸게 판매한다.
현재 ℓ당 1천1백99원(직영주유소 판매기준)인 휘발유 소비자 가격에서 공장도가격과 세금을 빼고 주유소측이 남길 수 있는 이윤은 많아야 70원 안팎. 따라서 휘발유 가격이 보통 주유소에 비해서 지나치게 싼 주유소는 가짜 휘발유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품질검사 결과 불합격 건수가 1백62건(불합격률 0.4%)으로 96년(92건, 불합격률 0.25%)이나 97년(1백9건, 0.28%)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처럼 가짜 휘발유 유통이 크게 늘어난 근본 원인은 소비자 가격의 76%를 차지하고 있는 높은 세금 때문. 정부는 지난해에만 휘발유 소비자가격에 붙는 교통세를 3차례 인상했다.
즉 가짜 휘발유의 제조 원가는 2백5∼2백7원으로 정상적인 휘발유의 공장도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소비자가격의 5분의 4에 이르는 세금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어 유통이 크게 늘고 있는 것.
1천1백99원인 휘발유 소매가에는 교통세(6백61원) 교육세(1백3.65원) 부가가치세 등 75.4%(9백3원)의 세금이 포함돼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험상으로 세금이 공장도가격의 3배 이상이 되면 가짜 휘발유가 극성을 부렸다”며 “과중한 세금이 가짜 휘발유와 각종 병리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