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76% 휘발유값」가짜 부추긴다

  • 입력 1999년 4월 22일 22시 40분


시중에 가짜 휘발유가 범람하고 있다. 휘발유에 많은 세금이 부과되자 주유소 업자들이 상대적으로 값싼 벤젠 톨루엔 솔벤트 등을 섞어서 폭리를 남기려는 것이다. 가짜 휘발유는 엔진에 심각한 손상을 주고 불완전 연소로 대기 오염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지적된다.

가짜 휘발유 유통은 대개 도시 외곽으로 통하는 한산한 도로변의 개인소유 주유소를 통해 이뤄진다. 주유소들은 정유회사 직영이나 대리점이 아닌 부판점이나 불법제조업자들로부터 가짜 휘발유를 공급받아 정상적인 휘발유와 50대50으로 섞은 뒤 정상가격보다 ℓ당 70원에서 1백50원까지 싸게 판매한다.

현재 ℓ당 1천1백99원(직영주유소 판매기준)인 휘발유 소비자 가격에서 공장도가격과 세금을 빼고 주유소측이 남길 수 있는 이윤은 많아야 70원 안팎. 따라서 휘발유 가격이 보통 주유소에 비해서 지나치게 싼 주유소는 가짜 휘발유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품질검사 결과 불합격 건수가 1백62건(불합격률 0.4%)으로 96년(92건, 불합격률 0.25%)이나 97년(1백9건, 0.28%)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처럼 가짜 휘발유 유통이 크게 늘어난 근본 원인은 소비자 가격의 76%를 차지하고 있는 높은 세금 때문. 정부는 지난해에만 휘발유 소비자가격에 붙는 교통세를 3차례 인상했다.

즉 가짜 휘발유의 제조 원가는 2백5∼2백7원으로 정상적인 휘발유의 공장도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소비자가격의 5분의 4에 이르는 세금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어 유통이 크게 늘고 있는 것.

1천1백99원인 휘발유 소매가에는 교통세(6백61원) 교육세(1백3.65원) 부가가치세 등 75.4%(9백3원)의 세금이 포함돼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험상으로 세금이 공장도가격의 3배 이상이 되면 가짜 휘발유가 극성을 부렸다”며 “과중한 세금이 가짜 휘발유와 각종 병리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