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大盜 의혹]그림 2점, 훔쳤다면 어디있나?

  • 입력 1999년 4월 18일 20시 14분


‘운보와 남농의 그림을 찾아라.’

절도범 김강룡씨(32)가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 집에서 훔쳤다고 진술한 운보 김기창화백의 3백호(우편엽서 3백배 크기)짜리 수묵산수화와 남농 허건화백의 그림은 어디에 있을까.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그림일까.

김씨는 경찰에서 “운보의 그림은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였으며 액자를 뜯어내고 그림만 훔쳤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6억원짜리 운보의 그림을 장물아비에게 8천만원에 팔았고 시가 3억원짜리 남농의 그림은 경기 안양시의 한 공무원에게 선물했다고 진술했으나 그 공무원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김장관은 이와 관련해 “그림 2점을 도난당하기는 했으나 하나는 중국에서 구입한 기와 탁본이고 다른 하나는 중앙대 부총장 재직시절 학생이 그려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사는 이모씨(67·사업)는 지난달 17일 김씨 사건을 수사중인 인천 부평경찰서를 찾아와 김씨에게 운보의 산수화 등을 강탈당했다고 신고한 사실이 17일 확인돼 ‘김장관집 운보 그림’도난 의혹이 한때 풀리는 듯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3월11일 오전 1시경 범인들이 아파트 문을 따고 들어와 흉기를 들이대며 위협한 뒤 운보의 산수화를 비롯해 50여점의 서화와 반지 등을 빼앗아 갔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확인돼 이씨는 경찰에서 그림 10여점을 되찾았으나 운보의 그림은 찾아가지 못했다. 경찰의 압수품에 운보의 그림은 없었던 것.

한편 이씨가 김씨에게 빼앗겼다는 운보의 그림은 1천만원 정도에 거래되는 소품인 것으로 알려져 일단 김씨가 김장관의 집에서 훔쳤다는 그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6억원, 3억원짜리 그림이라는 김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그림을 사간 사람이 있다면 ‘장물’이기 때문에 신고를 하지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roches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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