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임원이「영업맨」발 씻어준 까닭은?

  • 입력 1999년 4월 11일 19시 42분


삼성전자 지점장들은 10일 아주 ‘황송한’ 경험을 했다. 충남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이상현(李相鉉)부사장과 본사 임원들이 무릎을 꿇고 지점장들의 발을 일일이 씻어준 것. 처음에는 몸둘 바를 몰라하던 지점장들도 ‘세족식(洗足式)’이 엄숙하게 진행되자 사뭇 경건한 자세로 발을 맡겼다.

‘세족식’은 영업직 간부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가 영업사원의 발을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행사에서처럼 최근 들어 영업맨들이 ‘음매 기살어’를 연발하고 있다. 기업들이 영업사원의 기를 살리기 위해 각종 이벤트를 마련하는가 하면 영업사원 출신을 임원에 발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또 억대 영업사원의 탄생도 영업직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

▽영업맨의 기를 살려라〓삼성전자 이부사장은 이날 ‘세족식’에서 “회사는 여러분들의 건강한 발만 믿습니다”는 말로 지점장들을 으쓱하게 만들었다. 이에 앞서 3일부터 사흘간 열린 대우자동차 지점장 워크숍에서도 영업사원들의 목소리는 임원들의 목소리를 눌러버렸다.

영업사원들은 정일상(鄭日相)사장의 ‘비호’아래 그간 쌓였던 본사에 대한 불만을 마음껏 터뜨렸다.

대우차 관계자는 “이날 행사는 회사에서 영업사원의 비중을 가장 중시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

▽연봉제 시대엔 영업맨이 최고〓지난달 대우자동차는 18년간 자동차 판매 일선에서만 활동해온 박노진씨(44)를 이사로 임명했다. 영업직 사원이 임원이 되기는 자동차 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 최근 백화점협회 회장으로 선임된 김진현(52)신세계백화점대표도 물건 상자를 들어나르고 도자기를 팔던 말단 영업사원 출신.

이에 따라 최근 삼성생명이 실시한 한 조사에서도 이동 희망 부서 가운데 영업파트가 1위를 차지한 것처럼 과거 다들 꺼렸던 영업직이 이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정도.

〈금동근·홍석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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