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교육 강연에 51개中高 참석강요 공문보내 물의

  • 입력 1999년 3월 20일 08시 27분


서울 동작교육청이 이해찬(李海瓚)교육부 장관이 강연하는 사적인 행사에 학생과 학부모를 동원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51개 중고교에 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이장관은 20일 오후 3시 자신의 국회의원 지역구이기도한 서울 관악구의 봉천동 서울여상 강당에서 ‘새교육공동체 관악주민 모임’이 주최하는 중고교생 진로교육 행사인 ‘만나봅시다’에 초청 연사로 참석할 예정이다.

동작교육청은 10일 관할지역인 서울 동작 관악구에 있는 30개 중학교와 21개 고교에 공문을 보내 학교당 학생 10명, 학부모 3명, 학생회 임원 3명 등 16명이 행사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다.

동작교육청은 이 공문에서 이장관이 교육정책 방향과 청소년의 진로 및 직업에 대해 강연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각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참여하여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여 줄 것 △이장관에게 질문할 것을 미리 준비하라고 요청했다.

동작교육청측은 이에 대해 “‘새교육공동체 관악주민 모임’의 요청에 따라 학교에 공문을 보냈다”면서 “이 모임이 올바른 교육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어 적극 돕고 있다”고 밝혔다.

동작교육청 관계자는 “서울 관악을구 국회의원인 이장관이 지역구에서 갖는 행사여서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공문을 받은 학교의 한 교사는 “교육청측은 ‘적극 협조’를 당부했지만 일선 중고교는 이를 사실상 ‘지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교사 학부모 유지 등 1백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단체로 지난해 9월 만들어졌다.

대통령자문기구인 새교육공동체위원회는 지난해 교육문제를 다루는 시민운동단체가 각 지역에서 만들어지도록 요청하는 공문을 각 시도교육청에 보냈으며 현재 이 모임과 유사한 단체가 전국적으로 8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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