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北참사관, 한국정부에 망명의사 비공식 비쳐

  • 입력 1999년 3월 11일 19시 37분


태국에서 북한 공관원들에게 납치됐다가 탈출해 태국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는 전 태국주재 북한대사관 과학기술참사관 홍순경씨가 한국망명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큰 아들을 북한에 두고 온 홍씨가 처음에는 제삼국 망명의사를 갖고 있었으나 납치와 탈출을 겪으면서 한국망명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안다”며 “홍씨는 지난달 종적을 감춘 후 우리측과 접촉을 가졌으며 결국 한국에 오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그러나 “정부는 홍씨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달라는 입장을 태국 정부측에 전달했다”며 “아직 홍씨의 망명여부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홍씨는 일단 태국정부의 국내법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며 “홍씨 가족이 북한으로 송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태국정부는 이미 홍씨의 외교관 지위를 박탈했으며 태국과 북한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고 있다.

태국의 추안 리크파이 총리는 홍씨가 태국 쌀 대금을 횡령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라고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 북한은 93∼96년 태국에서 수입한 쌀 31만t의 대금 8천3백37만달러을 갚지 않고 있으며 홍씨는 이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북한은 홍씨 문제와 관련해 천재홍 태국주재대사를 1월에 평양으로 소환해 아직도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한편 홍씨 부부가 납치에서 구출된 것은 자동차 타이어 파열 덕분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홍씨 부부는 9일 오후 북한대사관 소유의 도요타 에스티마에, 아들 원명군은 메르세데스 벤츠에 태워졌으나 방콕 동북부 2백60㎞ 지점인 나콘 라차시마주(州) 고속도로에서 에스티마 타이어 한짝이 터지면서 도로변으로 전복됐고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홍씨 부부를 구출했다는 것.

〈윤영찬·권기태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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