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서 잠적한 北외교관 납치될뻔…아들은 끌려가

  • 입력 1999년 3월 10일 19시 24분


북한이 방콕에서 잠적한 태국주재 북한대사관 과학기술참사관 홍순경씨 일가를 찾아내 납치하려다 실패했다.

태국주재 한국대사관 유철준 참사관과 방콕발 외신보도에 따르면 북한 공관원들은 9일 오후 방콕에서 은신중이던 홍순경씨와 부인 표영희씨, 아들 원명군을 붙잡아 2대의 밴으로 납치하려 했다. 그러나 방콕 동북부 2백60㎞ 지점인 나콘 라차시마주(州) 부근 고속도로에서 이 차가 전복되자 홍씨 부부는 탈출했다.

다만 다른 차에 타고 있던 아들 원명군은 북한공관원들에게 끌려 갔다. 홍씨 부부는 탈출을 위해 차내에서 북한 공관원들과 필사의 싸움을 벌여 부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홍씨 부부는 곧바로 경찰에 넘겨졌으나 “호텔에서 쉬고 싶다”는 말을 남긴 채 10일 아침 경찰을 떠났다.

북한 공관원들은 홍씨 일가를 라오스를 거쳐 평양으로 끌고 가려 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태국당국은 북한 대사관측이 태국 영토 안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데 대해 반발하고 있으며 북한은 태국 당국의 도움을 받아 홍씨의 신병을 인도받기가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홍씨는 태국산 쌀 구입과 관련해 횡령 혐의를 받게 되자 지난달 19일 가족과 함께 잠적했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