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경비병 北접촉사건 전말]

입력 1998-12-09 19:43수정 2009-09-24 17:25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근무하는 한국군 하사관과 사병들의 북한군 접촉사실은 2월3일 북한군 변용관상위(26)가 귀순하면서 관계기관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북한 경비병으로 위장한 대남심리전 특수요원(적공조)이 한국군 병사를 대상으로 벌인 포섭공작에 대해 언급한 것.

변상위는 관계기관 합동신문과 기무사 조사과정에서 “한국군 병사 3명과 1, 2회 가량 접촉했지만 횟수가 늘어나자 이들 병사가 접촉을 회피했다”고 말했다.

또 변상위는 “부대자료를 통해 다른 병사들이 한국군 4명과 접촉중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며 같은 부대원이 ‘한국군 40여명을 대상으로 공작을 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군기무사령부는 공동경비구역 부대원을 대상으로 은밀히 내사를 벌여왔으나 뚜렷한 대공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동경비구역이 유엔군사령부 관할지역이라 수사권 행사에 제한을 받았으며 이번에 국가보안법위반혐의로 구속된 김영훈중사는 변상위가 진술한 한국군 접촉 및 포섭대상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

변상위를 조사했던 합동신문조가 당시 “적공과 공작원들이 근무시 알게 된 내용이나 자신들의 업무공적을 상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한국군과 접촉, 대화만 했더라도 실적을 인정받기 위해 자신에게 포섭됐다고 과장해서 보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도 기무사의 소극적인 수사활동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일 열린 국회 국방위의 ‘김훈중위 사망 진상파악 소위원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공동경비구역 전역 병사가 김중사의 이름을 거명하며 북한군 접촉사실을 다시 밝히자 기무사는 김중사를 전격소환, 구속했다.

변상위 진술에 이어 국회 증언까지 나온 마당에 북한군 접촉사실을 수사하지 않으면 판문점 병사들의 대공혐의는 물론 김훈중위 사망사건까지 은폐한다는 의혹을 받는 등 파문이 커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위원회 증언내용과 참고인(6명) 조사를 토대로 김중사를 집중추궁한 기무사는 김중사가 지난해 7∼12월 부소대장으로 근무하면서 군사분계선상에서 30여차례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김훈중위 유족은 △김중사가 북한군과 수십차례 접촉하고 선물을 받아 약점을 잡혔고 △변상위 귀순 뒤 북한측이 송환을 요구하며 보복의사를 밝히자 △김중사가 군사분계선을 몰래 넘어가 지령을 받고 돌아온 뒤 김중위를 살해하고 자살한 것처럼 위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무사는 김중사가 북한군과 수십차례 접촉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공혐의점을 확인하는데 중점을 두었으며 김중위 사망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수사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무사는 오히려 김중사를 기소하면서 국가보안법의 어떤 조항을 적용할지에 대해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경비구역에 근무하는 병사들이 군사분계선에서 북한군과 접촉하는 행동은 규정상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서로 이름을 밝히고 담배를 바꿔피우며 얘기를 나누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기 때문.

김중사는 지난해 11월 오전2시 군사분계선을 20m 가량 넘어가 북한군 초소를 관찰하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무사는 잠입탈출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