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모 「서울이야기」]외국인들 『활기 넘쳐요]

  • 입력 1998년 12월 7일 19시 12분


‘추석과 설날을 빼곤 늘 소란한 곳. 오전6시에 마늘과 야채를 사라고 외치는 소리와 아침 출근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붐비는 지하철, 커다란 음악속에 서로 부대끼며 걸어가는 많은 인파의 종로거리….’

이 글은 최근 서울시가 외국인들을 상대로 공모한 ‘서울이야기’ 수필 중의 한대목. 대다수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서울은 이 글처럼 ‘늘 시끄럽지만 활기가 넘치는 도시’다. 12월중 출판될 외국인들의 글 한편한편에는 문화적 충격을 안겨준 다양한 경험들이 즐겁고 인상적인 추억으로 담겨있었다. 친절함에 감동했던 사연 한가지.

‘3년전 처음 한국에 온 날, 공항에서 마중나올 친구와 길이 엇갈렸다. 신용카드로 돈을 찾으려고 현금서비스 기계를 찾았다. 한글로만 적혀있어 쩔쩔매다 할 수 없이 돌아섰다. 갑자기 뒤에 누군가가 다가왔다. 내 뒤에 줄서 있던 아주머니였다. 자신의 연락처가 적힌 쪽지와 함께 10만원을 내밀었다. 코 끝이 찡했다.’(미국인 벤 글리크만)

인도인 브라암 아그라월은 ‘스무해도 전쯤, 함께 버스를 타면 30원의 버스비를 한사코 못내게 하고 대신 내주며 따뜻한 미소를 건네던 서울친구들이 그립다’고 추억했다. 하지만 예전보다 지하철과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던 풍경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면서 안타까움을 표시한 글도 있었다. 또 서울에 오면 꼭 버스여행을 즐긴다는 일본인의 글은 한국인의 이해 못할 편견도 슬쩍 꼬집고 있다.

‘웨딩 드레스 가게가 즐비한 이화여대입구와 창문으로 고소한 한약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경동시장, 비내리는 영동교와 안개낀 장충단 공원까지…. 버스로 만나는 서울의 풍경은 정겹기만 하다’는 일본인 다키자와 히데키. 그는 글 말미에 ‘서울시민들은 버스를 학생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고정적 관념이 있어 보이는데 이해가 안간다’고 지적했다.

영국인 데이비트 카터(53)는 취미로 사진촬영을 하며 7년간 고궁부터 달동네까지 서울 곳곳을 누비면서 느낀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글로 옮겨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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