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풍 첫공판]한성기씨 컴퓨터서 정보보고서 발견

  • 입력 1998년 11월 30일 19시 30분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한성기(韓成基)씨가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출국하기 직전과 베이징을 다녀온 직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사전 및 사후보고를 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함에 따라 ‘총풍(銃風)’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같은 진술은 이총재측에게 이 사건의 ‘배후’ 책임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어서 이총재측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공방을 재연시켜 정치권에 다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씨의 정확한 진술내용은 “베이징으로 떠나기 하루전인 지난해 12월 9일 이후보의 부산 구포 유세장으로 찾아가 ‘특단의 협상카드 정보보고서’를 이후보의 수행비서에게 건넸다”는 것이다. 한씨는 또 “베이징에 다녀온 이후인 12월 15일 이회성(李會晟)씨 자택에서 베이징에 다녀온 내용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한씨의 이같은 진술은 사전에 한씨의 컴퓨터에서 ‘물증’을 확보한 검찰의 추궁에 따라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신빙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본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은 또 한씨가 베이징에서 이후보의 동생인 이회성씨에게 2차례 국제전화를 건 사실도 밝혀냈다.이같은 사실과 정황은 이총재측이 사전에 총격요청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진술과 정황으로 이총재가 곧 이 사건의 배후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한씨는 ‘총격요청’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총격요청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이총재측이 ‘총격요청’의 배후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 베이징에서 이회성씨와 통화를 한 내용도 아직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그러나 검찰은 향후 재판에서 이와 관련된 추가 증거와 진술을 공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총풍사건 재판은 계속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씨 외에 오정은(吳靜恩) 장석중(張錫重)씨 등도 “북한측에 무력시위를 모의하거나 요청한 적이 없다”며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신문만 이뤄지는 바람에 고문여부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공방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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