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언론의 5無]자본·기사·독자·광고·월급

  • 입력 1998년 11월 3일 19시 31분


‘사이비언론사에는 다섯 가지가 없다.’3일 검찰에 적발된 11개 사이비신문사의 특징은 5무(無)로 요약된다.

첫째, 자기 자본(資本)이 없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자본은 5천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사이비언론사들은 빚을 얻어 법인설립 신고만 하고 자기자본 한 푼 없이 회사를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둘째, 자기 기사(記事)가 없다. 사실취재나 진실보도 등은 이들의 관심사항이 결코 아니었다. 중앙일간지의 기사를 짜깁기해서 대부분의 지면을 메웠다. 자체 발굴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셋째, 자기 독자(讀者)가 없다. 아무 내용도 없는 신문을 돈 주고 사보는 어리석은 구독자는 없다. 사이비언론사는 일반 국민이 아닌 시군구청 읍면동사무서 경찰서 검찰청 등에 신문을 무차별 살포했다.

“관공서에서 우리 신문을 본다. 알아서 해라”며 중소업체들을 위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사이비신문의 기사를 수사자료로 활용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넷째, 자기 광고(廣告)가 없다. 요즘같이 어려운 때 사이비언론사에 자발적으로 광고를 주는 업체가 있을 리 없다. 사이비신문사들은 광고수주실적이 거의 없자 중앙일간지에 실린 광고를 무단으로 복사해 게재했다.

이른바 ‘뻥광고’ ‘대포광고’. 이는 신문의 구색을 갖추기 위한 편법. 사이비언론사들은 일방적으로 광고를 실은 뒤 업체에 전화공세를 펼쳐 광고비를 뜯어내기도 했다.

다섯째, 기자 월급이 없다. 돈을 주고 기자증을 산 사람들은 처음부터 월급을 기대하지 않았다. 검찰이 사주(社主)들을 임금체불 등의 혐의로 기소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 전과자가 대부분인 사이비기자들은 신분 과시용이나 금품 갈취용으로 기자증을 이용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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