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과실로 예산낭비해도 배상책임 면제」 위헌논란

입력 1998-10-10 19:41수정 2009-09-2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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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예산을 낭비해도 변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감사원 예규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예규가 ‘국가에 손해를 끼친 공무원의 변상 책임’을 명시한 상위법인 ‘회계관계 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과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혈세를 낭비한 공무원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근거가 되어 ‘선심’ ‘무책임’ 행정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예규가 문제로 부각된 것은 경기 의왕시장이 95년 ‘97세계의왕연극제’를 그린벨트지역에서 치르겠다고 무모하게 추진하다가 5억6천여만원의 예산만 날리면서부터.

의왕시장 S씨는 95년10월 연극제 관련시설을 도시계획법상 처음부터 건축이 불가능한 그린벨트 지역에 짓기로 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S시장은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는 목표로 일을 벌이다가 끝내 해제하지 못한 채 96년6월 사업을 중단해 설계용역비 5억6천만원만 날린 것.

감사원은 97년 이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예산만 낭비한 사실을 적발하고 당시 의왕시장에게 ‘엄중 주의’만을 한채 변상책임은 묻지 않았다.

감사원은 ‘처분’의 근거로 자체 예규 즉 ‘회계관련 공무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운용기준’ 예규 115호 5조 규정(예산의 변태인출, 예산의 낭비 등에 대해 공무원이 변상책임을 지지않는다)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의왕시민단체는 상위법률에 “각 행정청 또는 공공단체의 기관장을 포함한 회계관계직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국가에 손해를 끼친 때는 그 손해를 변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석연(李石淵)변호사는 “당시 그린벨트의 해제를 전제조건으로 사업을 시작한 만큼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상위법률에 어긋나는 감사원 규정을 근거로 예산을 낭비하고 변태지출한 사안에 대해 주의 촉구정도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의왕시장은 회계직 공무원으로 볼 수 없고 국가나 지자체의 장이 나름대로 추진하던 사업의 실패를 이유로 변상책임까지 묻는다면 소신있게 일할 수 없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이변호사는 그러나 “문제의 예규가 상위법과도 상충하고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헌소지가 크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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