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실질검사, 영장기각률 4∼5배 높다

  • 입력 1998년 10월 10일 19시 11분


영장실질심사(구속전 판사의 피의자심문)가 피의자의 구속여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까.

결론부터 말하면 실질심사를 받을 경우 피의자가 구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법원의 영장기각률 통계를 보면 검찰과 경찰에 체포된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면 안받을 때보다 영장기각률이 4∼5배나 높다. 서울지법 본원의 9월 영장기각률은 심문을 받았을 경우 27.1%이며 반대로 심문을 받지 않았을 경우에는 5%였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서울지법 본원의 영장 기각률도 심문을 받았을 경우 21.89%, 심문을 받지 않았을 경우에는 4.7%에 불과했다.

서울지법 영장전담재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사기록만 보면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나 정상참작의 여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실질심사를 하게 되면 피의자가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피의자에게 유리한 정황이 나오게 돼 기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피의자의 영장실질심사 신청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기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지법의 경우 6월까지 80%대를 유지하던 신청률이 7월 65%, 8월 59%, 9월 55.6%로 30%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서울지법 동부지원은 더 심한 편. 8월에 82%였던 신청률이 9월에는 39%로 내려가는 등 무려 43%포인트나 줄어들었다.

이같은 현상은 검찰이 각 경찰서에 “피의자가 가급적 실질심사를 신청하지 않도록 하라”고 요청했기 때문.

검찰 관계자는 “구속될 것이 확실한 피의자는 아예 실질심사를 신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실질심사를 받았을 때와 안받았을 때의 기각률을 단순 비교해 심문을 받는 것이 피의자에게 유리하다고 결론 내리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 관계자는 “지난해 말 판사 대신 피의자가 실질심사 신청 여부를 결정하도록 법이 바뀐 뒤 피의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지 못하고 지레짐작으로 실질심사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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