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인지 당직자들은 “진상부터 알아봐야겠다”며 즉각적인 반응을 유보했다. 오전9시 당사 10층 강당에서 열린 ‘서울역 유혈정치테러 규탄대회’ 참석자들의 관심도 온통 총격요청사건에 쏠려 있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굳은 표정으로 출근한 뒤 핵심당직자와 측근들을 불러 “대선 전에 박관용(朴寬用)의원의 친척이라며 찾아온 오정은(吳靜恩)씨와 인사를 나눈 적이 있을 뿐 비선조직을 구성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당직자들은 이총재의 해명을 듣고난 뒤 ‘이회창죽이기 음모론’을 제기했다. 비선조직이나 오씨 등이 행세했다는 비밀정책특보라는 자리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안상수(安商守)대변인은 “30대 사업가와 40대의 청와대 4급 행정관이 북한측 참사관과 만나 총격 요청을 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당직자들은 특히 이번 사건은 이총재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고 야당을 파괴하려는 음모라고 발끈했다.
한나라당은 또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관련된 대북접촉의혹의 진상도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고 역공에 나섰다. 안기부에서 간첩으로 확신하고 있는 허동웅을 접촉한 국민회의의 박상규(朴尙奎) 정동영(鄭東泳)의원 등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구속된 오씨 등의 행적과 한나라당의 직접 관련 여부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검찰 발표에 안도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많은 당직자는 이번 사건이 가져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