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교장선생님 조달웅씨 『퇴직후 일 있어 더욱 즐겁다』

  • 입력 1998년 10월 1일 19시 18분


그 노인은 일이 즐겁다. 건물 관리인이기에 입주자들이 ‘어이! 조씨’라고 불러도 결코 화내지 않는다. 고교 교장으로 은퇴한 지난 날은 잊고 산다.

조달웅(趙達雄·69·인천 서구 왕길동)씨. 91년 고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그에게 노년은 더이상 ‘자투리 인생’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한달 월급 90만원을 받으며 ‘일하는 노년’을 즐기고 있다. 건물 관리 이전에는 전기부품공장 조립공, 치과기공소의 ‘틀니 배달원’같은 일도 해보았다.

그가 전력(前歷)과 체면에 연연해 하는 안온한 노년을 마다하고 일하고 뛰는 노년으로 뛰기로 결심 한 것은 91년 일본여행 때 받은 신선한 충격 덕분.

“세계적인 시세이도(資生堂)화장품회사 사장이 퇴임 6개월만에 그 회사 경비원으로 취직했더군요. 전임사장이 현관에 서서 출퇴근길에 30,40대 과장 부장에게 꼬박꼬박 경례를 하며 즐겁게 사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직 교장인 할머니가 구두닦이를 하는 모습도 보았다.

조씨에게는 40년전 교사 발령때의 의욕이 되살아났다. 만류하는 부인과 아들도 그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전기부품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치과기공소에 취직해 틀니 배달에 나섰다. 93년에는 한국노인복지회(02―632―0065)의 추천으로 건물관리인이 되었다. 소방안전관리사 자격증도 땄고 악취가 진동하는 오수 정화조도 고쳐봤다. “어이, 조씨”라는 호칭도 익숙해졌다. 꼼꼼한 ‘조씨’에게 건물주는 건물 7개 모두를 맡겼다.

조씨 말고도 ‘뛰는 노인’들은 많다. 81년 육군대령으로 예편한 신호순(申浩淳·66)씨도 ‘슈 노인’이다. 그는 현재 LG화재보험 대리점에서 한달 2백만∼3백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능력있는’ 보험모집인.

그는 “우리 사회는 노인이라면 무조건 일해서는 안되는 사람으로 보는데 이게 잘못됐다. 노인들 스스로도 이런 무력감에 빠져 여분의 인생을 사는 것처럼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2일 ‘노인의 날’에 대해 느끼는 조씨의 소감은 남다르다.

“노인도 일해야 건강하고 사회에 활력소가 됩니다.그리고 노인에게 일자리를 주도록 정치 행정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고령화 시대가 오고 있지 않습니까.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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