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머신」정덕진씨 구속…외화빼돌려 比서 도박판

  • 입력 1998년 9월 22일 19시 04분


93년 검찰의 슬롯머신업계 수사때 구속됐던 정덕진(鄭德珍·57)씨가 거액의 외화를 해외로 빼돌려 도박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5년만에 다시 구속됐다.

서울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영수·朴英洙)는 22일 미화 4백55만달러를 필리핀으로 빼돌려 도박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정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정씨의 재산관리인으로 일하면서 외화유출을 도와준 혐의로 윤호중(尹鎬重·70·성남관광호텔 대표)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96년 2월부터 10월까지 필리핀에 머물면서 윤씨에게 지시해 미화 4백55만달러(당시 환율로 38억원)를 마닐라로 보내도록해 외화를 빼돌린 혐의다. 정씨는 이때 필리핀 마닐라시의 슬라이스호텔 3층 카지노에서 한차례에 1천∼1만달러씩의 판돈을 걸고 속칭 ‘바카라’ 도박을 하는 등 서울과 필리핀을 오가며 27차례에 걸쳐 도박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정씨가 빼돌린 38억원 중 10억원은 자신이 직접 도박을 하며 소비했고 20억원은 필리핀 현지에서 국내 관광객들을 상대로 도박자금 대여업을 하는 김모씨에게 빌려줬으며 8억원은 또 다른 김모씨에게 도박자금으로 대줬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처음에는 빼돌린 돈으로 슬라이스호텔 카지노의 일부를 임대받아 운영하려고 했으나 국내에서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기미를 보이자 이를 중단하고 대신 빼돌린 돈을 도박자금 등으로 탕진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정씨는 93년 5월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 이어 정씨 형제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당시 엄삼탁(嚴三鐸)병무청장과 천기호(千基鎬)치안감 박철언(朴哲彦)의원 이건개(李健介)대전고검장 등이 줄줄이 구속됐다.

정씨는 94년 9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석방됐으며 95년 8·15 광복절에 특별사면됐다.

〈이수형·하태원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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