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수팀 『A의원 뇌물거래 적은 비망록 찾아라』비상

  • 입력 1998년 9월 6일 20시 04분


“비망록을 찾아라.”

정치인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의 특수수사팀에 내려진 특명이다. 실명제 이후 수표로 돈을 받으면 추적된다는 것이 ‘상식’처럼 돼 뇌물의 대부분이 ‘현찰박치기’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계좌추적이 벽에 부닥친 상황에서 최근 ‘돌파구’로 떠오른 것이 일기형식으로 된 비리혐의 관련 메모나 ‘비망록’.

경제실정수사에서도 강경식(姜慶植)전부총리의 노트북 컴퓨터에 들어있던 ‘환란비망록’이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했다. 수사성격상 물증잡기가 어려워 난항을 겪었지만 비망록을 확보한 뒤부터는 강전부총리가 허위자백을 하면 비망록을 들이대며 ‘압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비망록에서 ‘98년 부산시장출마―차기대선출마’라는 ‘정치적 마스터 플랜’이 적혀있는 ‘경영전략계획서’라는 문건을 찾아내 “개인야망을 위해 고의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지원 요청을 지연시켰다”고 추궁할 수 있었다.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선정비리수사에서도 비망록은 위력을 보였다. 계좌추적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반면 “OOO 1천만원” “OOO씨 만남. 정보통신부 분위기 전해들음”이라고 적혀있는 L텔레콤 임원의 비망록이 발견돼 수사가 급진전됐기 때문이다.이번 대선자금 수사에서도 검찰은 비망록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지난달 31일 국세청 임채주(林采柱)전청장과 이석희(李碩熙)전차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며 검찰은 이례적으로 ‘비망록’을 압수품목으로 명시했다. 검찰관계자는 “평생 세무공무원을 한 이전차장이 계좌추적이 가능한 수표를 받았을 가능성은 없지 않느냐”며 “비망록을 찾아야 돈을 받은 기업명단과 이를 받은 정치인의 이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원표기자〉cw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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