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司正」 3당 표정]

  • 입력 1998년 9월 4일 19시 15분


정치권이 사정한파에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가장 겁을 먹고 있지만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잇단 사정의지 표명에 이어 검찰의 정치인 비리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

○…국민회의는 4일 국세청의 대선자금 불법모금과 관련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면서 사정수사의 형평성 시비를 불식시키려고 애썼다.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 한나라당 이총재가 국민회의측이 요구한 ‘공개질의서’에 답변을 하지 않은데 대해 “책임있는 정치지도자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조대행은 “국세청을 이용한 불법자금 모금 사건은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실정법을 위반한 형사사건인 만큼 얼버무려서는 안될 것”이라며 고삐를 죄었다. 그는 한나라당은 검찰조사를 기피하고 있는 의원들이 조사를 받도록 당차원에서 권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는 정치인 사정과 관련해 여당의원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나돌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자민련은 소속 의원들의 이름이 잇따라 오르내리자 관련사실을 부인하면서도 사태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박준병(朴俊炳)사무총장은 “검찰에 확인해 보니 우리 당의 특정 의원을 수사한 적도 없고 소환할 계획도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수사 대상자로 거명된 당사자들도 펄쩍 뛰었다. 건설업자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K의원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고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 거론된 또 다른 K의원도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자민련 안팎에는 “여야 구색 갖추기를 위해서라도 결국에는 자민련에서 한 두명이 사법처리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가득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 당무회의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으나 묘수를 찾지 못한채 대여 공세만 계속 했다. 한나라당은 사정의 최종목표는 △이회창총재 이미지 실추를 통한 야당파괴 △김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공세 사전 차단 △정기국회에 대비한 야당 무력화 등이라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야당파괴저지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으며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서는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국민회의도 조사토록 요구키로 했다.

서울출신 의원들은 3일 저녁 모임을 갖고 전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김차수·송인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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