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잠깐만]손영란/소떼가 먼저넘은 그길 언제가려나

  • 입력 1998년 6월 25일 07시 17분


그것은 차라리 가슴저리는 장관이었다. 반세기 만에 막혔던 철조망이 열리고 팔순의 노인이 5백마리의 소떼를 몰고 넘어가고 있는 모습, 무사히 판문점을 통해 귀환하는 장면…. 지금껏 보아온 어떤 영화의 라스트신보다 감동적이었다.

아니 그보다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와 눈물로 전송했던 실향민들.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마음은 그토록 안타까웠다. 고향이 무엇이며 핏줄이 무엇이기에 백발의 그들은 눈물어린 전송을 했을까. 그들은 또 정주영씨가 들고온 방북 보따리에 그토록 관심을 기울였을까.

우리는 알고 있다. 내 고향이 북한 땅이 아니고 내 혈육이 그곳에 남아있지 않더라도 두동강난 조국에 태어나 2, 3대에 걸쳐 슬픔을 삼켜온 민족이기에 우리의 마음도 그날 그곳에 함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한맺힌 절규를 북한 고위층은 알고 있는 것일까.

오늘은 6·25전쟁 48주년을 맞는 날이다. 대체 언제쯤이면 남편과 아들을 전쟁의 비극에 빼앗긴 여인과 부모의 한을 달래줄 수 있으려나. 소떼가 먼저 넘은 그 길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날은 언제쯤 오려나.

손영란(인천 연수구 청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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