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는 「서울시 점령군」?…시장인수委 당원 일색

  • 입력 1998년 6월 12일 19시 12분


고건(高建)서울시장당선자가 취임하기도 전에 시정(市政)에 대한 국민회의의 지나친 간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회의가 서울시정을 자기들의 ‘전리품’으로 간주하는 징후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당선자는 11일 ‘서울시장 직무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10명의 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신계륜(申溪輪)성북을지구당위원장과 김상우(金翔宇) 김민석(金民錫)의원 등 전원이 국민회의 사람들이다. 인수위 대변인도 유종필(柳鍾珌)당 부대변인이 맡았다.

유대변인은 “시정은 당선자뿐만 아니라 당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라며 인수위 구성은 당선자와 협의를 거친 결과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 인수위와 달리 자치단체장의 인수위는 법적 근거도 없는데다 당선자 스스로도 ‘인수위는 필요없다’며 몇명의 보좌진과 함께 업무보고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때문에 국민회의가 고건 당선자를 견제, ‘제2의 조순 사태’를 막기 위해 당원 일색의 인수위 구성을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회의는 이에 앞서 광역단체의 부단체장 추천은 당정간에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결정하라는 지시도 내려보냈다.

시 고위간부는 “제1기 민선시장때는 인수위가 없었고 그 이후로도 당이 단체장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낭패를 보았다”며 “당내에서는 이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 시작부터 단단히 벼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지역주민의 민의를 살펴야 할 자치단체가 당과 중앙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형적 구조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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