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디플레」로 서민-中企 대출연장 「별 따기」

  • 입력 1998년 4월 12일 20시 32분


경기침체와 함께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이른바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으로 서민과 중소기업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15평형 아파트(시가 1억3천만원 상당)를 담보로 지난해 4월 B은행에서 5천만원을 대출한 박모씨(40·서울 송파구 잠실동).

그러나 지난 3월 말 대출만기가 돌아왔을 때 아파트값이 1억1천만원으로 떨어진데다 은행측이 감정평가 기준을 70% 수준에서 60%선으로 10% 포인트 낮춰 적용하는 바람에 대출연장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3천4백만원에 불과했다.

담보부족금 1천6백만원을 상환하든지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한다는 은행의 요구에 박씨는 친척을 연대보증자로 세우고 가까스로 대출연장을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소규모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김모씨(52).

지난해 봄 1억원 정도로 감정평가를 받은 사옥을 담보로 A은행에서 감정가의 100%인 1억원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최근 주거래처인 A은행으로부터 ‘사옥에 대한 감정평가액이 8천만원으로 떨어졌으니 이달 말까지 2천만원을 상환해야 대출연장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급전’을 마련해야 할 처지가 됐다.

부동산 가격이 평균 20∼30% 떨어진데다 은행권에서 부동산 가격의 폭락에 대비해 ‘IMF체제’ 이전에는 감정평가액의 70∼100%까지 가능했던 대출한도를 60∼80%로 낮췄기 때문.

힘들기는 은행도 마찬가지.

C은행은 지난해 1월 음식료제조업체 M사에 대해 공장을 담보로 감정가의 100% 수준인 9억8천만원을 대출해줬다가 6억5천만원 가량을 손해봤다.

최근 IMF한파로 M사가 부도를 내자 C은행은 채권 회수를 위해 공장을 경매에 부쳤다. 두차례 유찰 끝에 5억4천만원의 가격에 경락되면서 임금채권과 직원 퇴직금 등 선순위 채권을 뺀 3억3천만원만을 간신히 챙겼다.

이 은행 대부계 직원은 “최근 자산 디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아예 부동산을 담보로 잡지 않는 은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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