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불신풍조 확산…「의정부파문」이후 피고인들 시위

  • 입력 1998년 3월 27일 19시 26분


법원에 대한 국민 불신이 법정 안팎에서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비리의혹이 있는 판사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재판중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소란을 피우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부 법조인들은 “의정부 판사비리사건을 계기로 평소 사법부에 대해 갖고 있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국민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원도의 한 양봉조합 전직 간부는 25,26일 이틀 동안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사법권의 불신을 가져오고 사법부의 기강을 해친 부장판사를 처벌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그는 자신의 승합차에 ‘잘못된 재판으로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항의문을 붙여놓고 서초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시위를 벌였다.

26일 서울지법의 한 항소심 법정에서는 김모피고인(39·여)이 재판 도중 “갓 개업한 판사 출신 변호사의 전관예우 때문에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김피고인은 재판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 소란을 피워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대전 대덕구 오정동의 어느 건물에는 한 사회단체 명의로 제작된 ‘뇌물받은 검판사는 의정부에만 있을까?’라는 내용의 글이 적힌 가로5m 세로6m 크기의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이 현수막에는 ‘원래 재판이란 뭐지? 법대로 하는 거지. 우리나라에서 법대로 안되는 게 뭐지? 재판이지’라는 문답형식의 글이 적혀 있어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건국대 법학과 정종섭(鄭宗燮)교수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사법부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판사도 잘못하면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을 판사비리사건을 빌미로 법원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서울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국민도 성숙한 시민정신을 가지고 ‘진정한 사법개혁’이라는 큰 틀 안에서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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