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맞은 社內통신망…「실명제」로 바꿔 입막음

  • 입력 1998년 3월 24일 20시 08분


‘급증하는 불만. 막히는 언로(言路).’

국제통화기금(IMF)한파이후 회사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봉급과 각종 수당이 깎이고 근무시간도 대폭 늘었기 때문.그러나 회사원들은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안으로만 삭여야 한다. 상사에게 ‘찍힐까봐’ 말을 삼가는데다 사원들의 불만을 풀어주던 사내 정보통신망이 ‘실명화’돼 익명으로나마 응어리를 풀 기회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LG EDS는 올해초 사내게시판 ‘나도 한마디’에 회사 구조조정 조치에 대한 사원들의 ‘무기명 비판’이 잇따르자 게시판을 모두 실명화했다. ‘특정 부서나 사람에 대한 비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

이후 하루 30∼40건씩 올라오던 글이 최근에는 3,4건으로 줄었다. 그나마 회사방침에 대한 비판이나 부서간 작업방법 개선 등에 관한 제안은 전혀 없고 분실신고나 공지사항 등이 고작이다.

현대정보기술㈜도 지난해말 ‘무책임한 상호비방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게시판 실명화를 단행했다. 이후 사내게시판은 빙하기처럼 얼어붙었다.

〈선대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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