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인사「줄다리기」…官街 4주째 「개점휴업」

  • 입력 1998년 3월 18일 1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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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출범한지 3주가 지났지만 직제개편으로 인한 인사‘줄다리기’로 일손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 후속 인사도 늦어져 장관이 주요 사안에 대한 업무보고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무실의 비품이 떨어져 업무가 마비되고 발령 대기자는 넘치지만 민원은 해결되지 않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18일 정부세종로청사 303호 회의실. 과거 공보처의 4급 이하 공무원 20여명이 출근해 신문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며 한담을 나눴다. 이들은 발령을 기다리며 매일 이같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할 일을 달라”고 하소연이다.

총무처와 내무부가 통합된 행정자치부의 5급 이상 공무원들은 치열한 ‘밥그릇’싸움을 벌이고 있다.

내무부 출신들은 7대3의 비율로 내무부 업무가 많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내무부 유휴인력에 우선적으로 보직을 달라고 주장하고 총무처 출신들은 부처통합 원칙에 따라 1대1로 총무처 인력을 인사발령을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김정길(金正吉)행정자치부장관은 이같은 인사혼선으로 5백억원 규모의 전자주민카드제에 대한 실무자의 보고도 못받은 상태에서 20일로 예정된 대통령업무보고를 준비하고 있다.

재임명을 받지 못한 6급 이하 공무원들은 내년에 발족할 공무원 직장협의회가 인사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컴퓨터통신 폐쇄이용자그룹(CUG)에 등록한 공무원노조준비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사대란(大亂)에 휘말려 행정자치부의 공명선거상황실은 22일째 방치돼 선심관광이 성행하고 있다는 등의 제보가 들어와도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부서는 사무용품과 비품이 바닥나고 공무원들은 예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일을 못하겠다고 아우성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청와대와 의견조율을 못해 1급 공무원 인사를 못하고 국과장급에 대한 인사만 했다. 교육부도 1급 간부들의 보직을 조정하지 못해 2급 이하 인사만 했다.

법무부는 고위직에 대한 인사가 지연돼 검사 임용을 지원한 공익법무관 1기생 21명이 무직상태로 놀고 있다.

〈이호갑·정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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