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농작물 냉해-폭우 『비상』…엘니뇨영향

  • 입력 1998년 3월 5일 19시 57분


지난 겨울을 고비로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됐던 엘니뇨현상이 다시 맹위를 떨치면서 전세계 기상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일부지역과 페루 등 중남미 국가에서 기상이변에 따른 홍수로 수백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가뭄에 이어 대규모 산불이 확산되고 있다. 호주와 파키스탄에서는 물난리를 겪어야 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4월중 사상 최악의 엘니뇨 피해가 예상된다”며 “앞으로 여러지역에서 기상이변이 잇따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당초 예상대로 ‘따뜻한 겨울’이 이어져 난방비가 절약되는 등 지금까지는 엘니뇨로 인한 실(失)보다는 득(得)이 더 많았다.

올 겨울 남부지방에 내린 비로 저수량이 늘어나 수년간 계속돼 온 봄가뭄 걱정도 덜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통계에 따르면 엘니뇨 현상이 기승을 부린 해의 한반도 여름은 강수량이 많고 일조시간이 적은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올 여름에는 농작물 냉해나 폭우로 인한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게다가 올해는 이상고온으로 봄이 한달 가량이나 일찍 찾아오는 등 ‘이변의 징후’가 만만찮다.

평년보다 1∼2도 가량 높은 고온현상이 이어지면서 1∼2월 사이 경남 통영지역에서는 여름철새인 왜가리가 알을 낳아 부화하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왜가리의 번식시기는 보통 4∼6월.

엘니뇨의 발생을 막을 길은 없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

미국은 국제 엘니뇨연구센터에 1천8백만달러의 예산을 투입, 연구를 지원했다. 82, 83년 당시 25억달러의 피해를 본 미국은 이같은 노력으로 이번에는 피해액을 10억달러 이하로 줄였다.

한국도 지난 가을 학계인사와 기상청 전문가들로 ‘엘니뇨 대책반’을 구성했으나 기상이변을 예측하는데는 역부족인 상태.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서도 엘니뇨에 대한 경각심이 일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엘니뇨 연구인력과 장비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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