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느 알뜰결혼

  • 입력 1998년 1월 20일 20시 12분


호화 사치결혼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떠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적지 않은 예비부부가 사랑으로 새 가정을 이루기보다 혼례비용을 둘러싸고 양가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 딱한 현실이다. 혼수품목이나 결혼식 겉모습에 가문의 체면이 걸려 있다는 낡은 생각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서 알뜰결혼이 아쉬운 요즘 형편에 어느 명망있는 교수부부가 네자녀를 각각 5백만원대의 파격적인 비용으로 결혼시켰다는 얘기(본보 20일자 23면 보도)는 귀감이 될 만하다. 그들은 재력이 있음에도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자녀들에게 심어주려고 이런 길을 택했다고 한다. 사회지도층의 흔치 않은 결단이라는 점에서 더욱 돋보이는 사례다. 언제부터인지 결혼식 직전에 수백만원씩 드는 ‘야외촬영’이 일반화돼 주말이면 고궁과 공원의 이곳저곳이 영화촬영장 같은 분위기다. 호텔예식장 등에서는 이벤트사까지 동원해 1천만원대 이상의 색다른 결혼식을 꾸미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소비자보호원의 조사에 따르면 혼례 한건당 비용은 평균 7천5백만원, 나라 전체로는 한해에 25조3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의 4.8배, 일본의 3.2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빗나간 결혼문화를 잘 말해준다. 복지부의 ‘건전혼례모형’대로 한다면 1인당 8백12만원이면 된다. 결혼 뒤 살림을 하나하나 쏠쏠하게 불려나가는 것도 행복감을 키우는 한 방법이다. 호화결혼을 한 커플은 새 가정을 이룬 뒤에도 과소비를 하기 쉽다. 분에 넘치는 혼례는 신혼의 행복을 앗아가고 국가경제도 망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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