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값이 연일 뛰면서 서민가계에 깊은 시름을 안기고 있다.
기름값 설탕 밀가루 식용유 등 수입에 의존하는 생필품 가격이 원가부담을 들어 줄줄이 올랐고 인상대기 중인 품목들도 수두룩하다. 그 여파로 버스 및 택시요금, 라면 자장면값 등이 덩달아 들먹이고 있다. 당장 내년 1월부터는 아파트 분양가도 오른다.
「국제통화기금(IMF)태풍」으로 실업 임금삭감의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에게 물가인상 러시까지 가세하고 있는 것. 그만큼 당장 이달부터의 「체감 생활고」는 유례없이 혹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물가당국은 「사재기」단속 외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료를 대부분 수입해오는 설탕 밀가루 식용유 커피 등 가공식품 제조업체들은 지난달말 소비자판매가격을 10% 이상 올렸다.
밀가루값은 3㎏ 한포대가 1천3백원에서 1천4백50원으로 13% 뛰었다. 이에 따라 라면 빵 자장면 칼국수 등 밀가루 음식값도 오를 전망이다.
서울 반포동에 사는 주부 김연수(金姸修·31)씨는 『제과업체들이 최근 비스킷을 비롯한 과자값을 포장만 바꿔 두배 가까이 올렸다』며 『실직자도 크게 늘어난다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설탕은 1㎏ 한포대 값이 7백21원에서 11.8% 뛰어 8백6원이 됐다.
원료의 60∼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소주와 맥주 가격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참치통조림 화장지 치즈 등도 가격인상을 앞두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10월보다 4.4%, 1년전보다는 9.8% 올랐다. 수입물가가 전달보다 4%이상 오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을 비롯한 서비스 요금도 줄줄이 인상할 움직임이다.
원유도입에 따른 환차손과 교통세 특별소비세 인상 부담을 안고 있는 정유업체들은 내년초 휘발유 가격을 ℓ당 1천2백원 이상으로 30% 넘게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회사원 문병옥(文炳玉·32)씨는 『승용차에 들어가는 기름값만 12만원에서 17만원으로 월 5만원 정도 늘어 며칠전부터 자가용을 집에 두고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있다』며 경제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금의 소비자가격 상승은 환율 상승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수준이어서 다음달 물가는 더욱 폭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임규진·백우진기자〉